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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항공을 보면 '일이 꼬이려면 항상 꼬이게 되어 있다'는 '머피의 법칙'(Murphy's law)이 떠오른다. 대한항공은 올해들어 정비결함이 모두 5건 발생했다.
지난달 1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활주로를 달리던 중 엔진 이상이 발견돼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7일에는 일본 하네다공항에서 김포로 향하던 대한항공 여객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를 달리던 중 왼쪽 엔진에서 불이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탑승자들 가운데 사상자는 없었으나 불이 붙은 채로 이륙했다면 엄청난 대형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대한항공 여객기가 올해 엔진 문제로 이륙이나 비행을 중단한 사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당장 지난 3일에는 제주도로 출발할 예정이었던 광주발 여객기가 활주로로 이동 중 전기계통 이상 메시지가 뜨면서 이륙을 중단하고 탑승 게이트로 돌아왔다. 이 때문에 탑승객 170명이 6시간 가량 출발이 지연되는 불편을 겪어야 했다.
이 모든 사고가 불과 한 달 안에 벌어졌다. 사고의 빈도나 내용을 살펴볼 때 대한항공의 안전성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준다.
대한항공은 올해 지난해보다 945억원 늘어난 1조159억원의 정비예산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또 운항, 비정상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수집·관리할 수 있는 600만달러 규모의 비행감시 및 비행 추적 시스템을 새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안전문제 개선에 있어 이보다 더 시급한 일이 있다. 노사갈등을 봉합하는 것이다. 대한항공 사측과 조종사노조는 지난해 12월부터 처우 문제를 놓고 장기간 갈등을 빚고 있다. 노조는 세무당국에 회사를 세무조사해달라는 청원운동까지 전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측은 노조 위원장 부기장 강등 징계를 내리는 등 강경 대응으로 맞서고 있다. 서로 소모전 양상까지 치달으며 감정의 골만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이 내부 기강 해이를 부른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장기간에 걸친 감정 싸움은 직원들의 애사심과 사기 저하를 불러 일으켰을 것이고, 이는 다시 점검 및 정비 소홀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대한항공의 안전 사고가 '현재 진행형'임에도 불구하고 노조와 사측 누구 하나 안전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지 않고 있다. 서로 '네탓공방'을 벌이며 책임을 전가하기에만 바쁘다. 승객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곳에서 서로 책임소재를 떠넘기며 입씨름이 벌어지고 있는 딱한 실정이다.특히, 조종사노조는 더 이상 무리한 요구로 노사 갈등을 조장해서는 안될 것이다. 조종사노조는 현재 평균연봉 1억4000만원인 조합원 1800여명에게 1인당 평균 5100만원씩 37%를 올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산업계 전반이 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서 귀족노조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노조와 사측은 하루 속히 갈등을 봉합해 안전문제에 대해 발생할 수 있는 모든 가능성을 단 1%라도 제거해야 한다. 만약 이를 간과할 경우 머피의 법칙은 그저 자조 섞인 조어가 아닌 현실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