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타격 울산·거제는 연체율 추이 집중 모니터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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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주요 재건축 아파트의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재건축 시장과 관련한 대출 동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투자자들이 재건축 시장 투자에 나서면서 최근 주춤해진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불붙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14일 "기준금리 인하 이후 가계대출 증가세가 다시 커질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라며 "주택담보대출 동향을 지역별, 주택성격별로 구분해 세밀히 지켜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수도권 재건축 시장과 관련해 가계대출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 시 관련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현장 점검에 나설 방침"이라고 말했다.

    비수도권 가계대출 동향과 관련해서는 "대출 증가세를 우려하기보다는 동남권 등 최근 기업 구조조정 이슈가 부각된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가계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지 않는지를 모니터링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이 재건축 시장과 관련한 대출 동향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한 것은 최근 수도권 주요 재건축 단지마다 투자수요가 줄을 이으며 시중 자금이 대거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송파, 양천 지역 상당수 재건축 단지들이 역대 최고가를 경신하거나 과거 최고가에 육박할 정도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한은이 최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25%로 낮추면서 가뜩이나 불타는 재건축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주요 재건축 아파트는 전세가율이 일반 아파트보다 낮아 투자 시 주택담보대출을 동반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나아가 분양 모집에 나서는 재건축 단지의 경우는 중도금 대출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의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저금리를 빌미로 부채를 늘리려는 투자 수요가 몰릴 수 있다.

    주택을 신규로 매입할 경우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이 어렵지만, 중도금 대출과 같은 집단대출은 가이드라인의 적용 예외를 인정받고 있다.

    주택담보대출 중 집단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말 12.4%에서 올해 1∼5월 52.6%로 크게 늘어나는 등 최근 들어 집단대출이 가계대출 증가세를 이끄는 모습이다.

    2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으로 주택을 매입할 때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모자라는 자금을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빌려 가계부채의 질을 악화할 우려도 있다.

    실제 한국은행 가계신용 통계를 보면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 시행에 따라 올해 1분기(1∼3월)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신용협동조합 등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7조6천억원으로, 작년 1분기(1조5천억원)의 5배에 달했다.

    한편 울산 동구, 거제 등 조선업이 지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일부 비수도권 지역은 기업 구조조정 이슈화로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연체율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인력 구조조정으로 지역 소득이 떨어지면서 중도금 대출이나 만기가 도래하는 일시 상환식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연체 위험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집값 하락폭이 커지면 새로 준공되는 아파트의 미입주 사태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있다.

    송인호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중도금 대출의 경우 소득심사를 따로 하지 않는데 기업 구조조정으로 소득이 떨어진 가구가 늘게 되면 연체율이 따라 높아질 우려가 있다"며 "은행들이 소득 심사를 철저히 해 이런 대출 부실화에 미리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