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빠진 독' 해양플랜트…분식회계만 1조5천억


  •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실태를 파악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 뉴데일리
    ▲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실태를 파악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 뉴데일리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방만경영' 실태를 파악하고도 방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해 대우조선해양이 전 직원에게 2000억원 규모의 격려금을 지급한다는 사실을 사전에 알았으나 막지 않았다. 

당시 대우조선해양은 2015년 상반기에만 3조2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정부차원에서 관계장관회의 등을 열고 경영정상화를 위한 대규모 신규자금 지원 등에 관한 논의가 이뤄지던 상황이었다. 

15일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대우조선해양과 성동조선의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한 출자회사 관리실태에 관한 감사결과를 발표했다. 

감사원은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해 "대우조선해양의 부당한 격려금 지급을 통제하도록 지시하지 않는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서 "성실 경영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징계를 내렸다.  

감사원은 "홍 전 회장이 2월 퇴직해 비위내용을 통보하고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이를 인사혁신처에 통보해 공직후보자 등의 관리에 활용되도록 할 것"이라 통보했다. 

홍기택 전 회장은 현재 아시아인프라개발은행(AIIB)에 리스크담당 부총재를 맡고 있다. 

홍 전 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은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이 서별관회의에서 결정한 것으로 산업은행은 들러리 역할만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청와대가 관련 주장을 일축하고 야당에서 청문회 개최까지 요구하고 나서자 홍 전 회장은 다시 "대우조선해양 지원은 협의를 거쳐 이뤄졌다"고 말을 바꿨다. 


◇ 급여 못 줄 수준인데…격려금은 1인당 946만원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상황은 일부 직원의 급여 572억원의 지급을 연기할 정도로 유동성 부족이 심각했다. 

대우조선해양 경영지원단은 2015년 단체교섭 체결 품의에 대한 합의에 따라 산은에 직원 1인당 평균 946만원의 격려금을 지급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15년 단체교섭 잠정합의안(격려금)으로 △경영위기 조기극복 및 성과달성 격려금 △교섭타결 격려금 △무사고 무재해 작업장 달성을 위한 격려금 △회사주식 매입지원 등으로 2000억원이 빠져나갔다. 

이후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와 노동조합 대표는 임금협약서에 최종 서명, 임금협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 정성립사장은 "본인이 경영상 판단을 한 것이고 이에 대한 모든 책임을 질 테니 격려금 지급을 이해해 달라"고 산은에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은은 감사원 조사에서 "격려금 지급이 노사협상이기 때문에 개입하기가 곤란한 상황이었다"면서 "조선업계의 통상적인 관행으로 미타결시 예상되는 파업손실이 최대 1조2천억원에 이르러 단체교섭 비용보다 클 것으로 판단되는 상황이 고려됐다"고 해명했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이익 목표 달성이 어려워져 성과배분상여금과 회사주식매입지원금을 지급할 수 없게 되자 2007년도부터 2014년도까지 연간 목표 당기순이익이나 영업이익의 달성 조건에 따라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2015년도 상반기에 3조1988억원의 영업손실 및 2조 4413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상황에 성과상여금이 포함된 격려금으로 나간 937억원은 부당 지급이라는 것이다. 

산업은행은 2002년부터 매년 대우조선해양과 경영실적평가 MOU를 체결해 1년 단위의 경영목표를 부여하고 경영목표 대비 실적평가 2014년 기준으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감사원은 '분식회계'로 인한 거짓회계로 실제론 마이너스이지만 지표상 영업이익이 나 성과급이 대거 지급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은 지급하지 않았어야 할 성과급을 경영지표상으로 부실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지급됐다"고 했다. 


◇ '밑빠진 독' 해양플랜트…분식회계만 1조5천억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상태 분석 업무를 소홀히 하고 재무자료의 진위 규명 등 사후조치도 실시하지 않아 대규모 손실·부실에 대응할 기회를 잃게됐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산업은행이 2013년 4월 대우조선해양으로부터 영업이익 및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대폭 악화된 원인을 보고받은 만큼 해양플랜트 사업의 손실 위험을 잘 알고 있었다고 봤다. 

즉, 산은은 장기간 진행되는 해양플랜트의 특성상 추가 손실발생 가능성도 높아 여신 리스크 관리를 위한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것이다. 

산은은 지난 2013년 2월부터 분식회계 적발을 위해 '재무 이상치 분석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개별 기업의 재무자료에 대한 신뢰도를 5등급으로 나누어 감시하는 시스템이다.

감사원이 시스템을 통해 2013~2014년도 대우조선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신뢰도는 최고위험등급인 5등급으로 나타났다. 

이를 기준으로 매출 채권 등을 점검한 결과 대우조선해양이 회계처리 기준과 달리 해양플랜트사업의 총 예정원가를 임의로 낮게 잡아 영업이익이 2013년엔 4407억원, 2014년엔 1조935억원 과다 계상됐다. 

이 과정에서 해양플랜트 미청구공사금액 급증과 관련하여 공사진행률 산정이 엉터리로 이뤄지면서 대우조선해양의 2013년 및 2014년 영업이익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대우조선해양의 부실한 재무상태에 따라 임원과 직원의 성과급이 각각 65억, 1984억원이 부당지급됐다"고 밝혔다. 

감사원 측은 대우조선해양의 회계분식과정에 회계법인이 얼마나 개입했는지에 대해서는 "금융위의 의결 소관으로 검찰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