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업체 전기차 투자 '집중'에 유럽-중국 등 환경 규제 강화 나서석유제품 소비 감소 불가피…"화학분야 영토확장 잰걸음"
  • ▲ 석유화학 공장 자료사진.ⓒ뉴데일리DB
    ▲ 석유화학 공장 자료사진.ⓒ뉴데일리DB


    다양한 수송연료가 등장하면서 휘발유·경유의 소비가 감소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가운데 국내 정유사들은 석유화학 분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정유사가 원유(crude oil)를 정제해 생산하는 휘발유·경유 등의 석유제품이 수송 연료로 사용되는 비율이 장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는 전기차가 등장을 예고하고 있고 버스나 택시 등에 이미 사용되고 있는 천연가스(LNG)·석유가스(LPG) 등 다양한 수송 연료가 석유제품(휘발유·경유)의 자리를 점점 대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정유4사(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는 수송 연료 생산을 주력으로 했던 과거 산업 구조에서 벗어나 석유화학 분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정유 분야 뿐만 아니라 사업자회사인 SK종합화학을 통해 에틸렌(ethylene), 프로필렌(propylene), 부타디엔(butadiene),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자일렌(xylene) 등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폴리프로필렌(poly propylene)을 생산하고 있고 에쓰-오일은 벤젠, 톨루엔, 자일렌과 프로필렌을, 현대오일뱅크는 벤젠, 톨루엔, 자일렌을 생산한다.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생산한 석유제품 중 시장 가격이 우수한 제품(휘발유)은 판매하고 가격이 저렴한 석유제품(중질유)은 다시 분해해 석유화학제품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1970년대 석유화학 사업에 뛰어든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 사업에서 두 번째 도약을 준비하고 있고 1990년대 이 분야로 진출한 GS칼텍스와 에쓰-오일은 꾸준한 증설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에쓰-오일은 잔사유를 투입해 프로필렌 옥사이드(propylene Oxide)와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하는 시설 건설에 돌입했고 2013년 석유화학 분야에 출사표를 던진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롯데케미칼과 혼합 자일렌(mixed xylene) 생산 공장을 건설했다.

    정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 수익 구조에서 여전히 수송 연료용 석유제품 판매 수익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만 석유화학 제품 판매 수익도 점점 그 규모를 확대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수송용 석유제품 수요 감소를 막을 수 없다는 업계의 시작에 따라 사업 다각화는 더욱 진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기차가 천연가스나 석유가스에 비해 휘발유·경유 소비 감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의 사설 에너지 연구소인 '우드 맥킨지(Wood Mackenzie)'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기차 점유율이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10%를 차지하면 휘발유 소비량이 5% 감소한다.

    일각에서는 저유가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석유제품이 수송 연료 시장에서 생각 보다 오래 높은 점유율을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만, 유럽과 중국 등 미국 외 자동차 시장에서 환경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1.12%인 전기차 점유율은 20년 안에 최소 10%에서 최대 35%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런 전망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기 때문인데 독일의 Volkswagen, 일본의 닛산(Nissan), 한국의 현대(Hyundai) 등이 최근 전기차 시장에 본격 진출을 선언했다.

    미국의 GM(General Motor)은 올해 하반기 순수전기차인 'Chevolet Bolt'를 3400만원에 출시할 예정이며 포드(Ford)도 향후 4년간 5조원을 투자해 12개의 새로운 전기차를 내놓을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