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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후 일본과 유럽 등 세계 곳곳의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글로벌 경제가 이른바 '아노미(혼돈)' 상태에 빠졌다. 불확실성이 극대화 되면서 브렉시트 직격탄을 맞았다.
26일 금융권 및 경제계에 따르면 브렉시트 우려가 현실화되면서 유럽과 미국, 아시아 증시가 동반 폭락했다. 지난 24일에만 전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2조800억 달러(약 2440조원)가 증발했다.국내에서도 코스닥 시장이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등 주식시장이 크게 휘청였다.
일본의 경우 그 피해가 더 심각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인 엔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양적완화(엔화약세) 효과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4일 엔-달러 환율은 장중 6.7% 폭락, 오전 한때 99.01엔까지 떨어졌다. 2013년 11월 이후 2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00엔대가 무너졌다. 이는 브렉시트가 실현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금과 선진국 채권 가격 등이 오르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결과다.
벌써 엔화 급등으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외국인 관광객 유치도 주춤할 것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재무상은 지난 24일 기자 회견에서 “브렉시트가 일본 실물 경제에 즉각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 “필요한 경우 환율과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도 피해가 컸다.
뉴욕증시도 일제히 4%가량 급락세로 마감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 평균지수는 전날보다 3.39% 떨어진 17,399.86으로 마감됐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 지수는 3.60% 내린 2,037.30, 나스닥 종합지수는 4.12% 하락한 4,707.98로 마쳤다.
다우지수와 S&P 지수가 이처럼 떨어진 것은 지난해 8월 중국발 금융시장 요동이 찾아온 이래 약 1년 만에 있는 일이다.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 40지수의 경우 전날보다 무려 8.04% 폭락한 4,106.73에 거래를 마쳤으며,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DAX 지수는 6.82% 떨어진 9,557.16, 범유럽지수인 유로 Stoxx는 8.62% 떨어진 2,776.09로 마감했다.
브렉시트 진앙지인 영국의 경우 ‘셀 브리튼’(영국 증시 이탈) 현상으로 주가가 폭락하다가 가까스로 낙폭을 줄였다. 영국 FTSE 250지수는 장 초반 11.4%까지 추락해 사상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고, 영국 FTSE 100 지수도 9% 가까이 빠지다가 마감 시점에는 3.15% 떨어진 6,138.69로 마무리했다.
이에 대해 모건스탠리는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이 3%를 밑돌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브렉시트 영향으로 올해 0.2∼0.3% 포인트, 내년에는 0.3∼0.7% 포인트가 내려갈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IMF의 모리스 옵스펠드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4월 세계경제 전망에서 “브렉시트는 무역 관계에 걸림돌이 돼 지역적, 세계적으로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국제유가도 모두 내림세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8월 인도분 가격은 전날보다 4.93% 떨어진 배럴당 47.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북해 브렌트유 8월 인도분 가격도 전날보다 4.91% 내린 배럴당 48.41달러를 보였다.
국제유가는 전날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경제에 대한 낙관 속에 배럴당 50달러를 넘겼지만, 브렉시트가 현실화하면서 급락세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