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IT 조합 세계적 추세…"출발선부터 유리"인수합병 카드 변수… CJ 전철을 밟는다면 빠른 성장 가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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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희는 IT기업 직원입니다."

    최근 국내 물류업계 한 임원은 기자와의 식사 자리에서, 세계 1위 물류업체인 독일 DHL 직원들이 요즘 자신들의 회사를 이렇게 소개한다고 전했다.

    그는 "DHL 뿐만 아니라 물류와 IT 조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가 됐다"고 말했다.

    국내 1위 CJ대한통운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는 올해 초 세계 수준의 IT기술력을 만천하에 알렸다.

    드론이 추락하는 상황을 감지해 스스로 낙하산을 펼치는 세계 최초의 신기술을 공개한 것이다. 드론으로 화물을 배송할 경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보호장치다. 하늘을 나는 드론이 갑자기 땅으로 떨어져 일어날 수 있는 대형 사고를 막아주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은 IT 기술력을 키우기 위해 아예 전문 연구원까지 차렸다. 드론을 포함해 자율주행 운송로봇 등 IT를 접목한 물류 기술들을 이곳에서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 SCM관제(공급 경로 검사 및 통제) 시스템, 사물인터넷(IoT) 기반 실시간 온·습도 관제 솔루션 등과 같은 첨단 기술들이 연구소의 작품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에서 다품종 소량생산 형태로 바뀌면서 IT기술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됐다"며 "IT 연구인력을 해마다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IT서비스 부문 1위 삼성SDS가 물류사업에 힘을 준다면 출발선부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삼성SDS는 현재 IT서비스 사업을 남겨둔 채 물류사업 부문을 떼어내는 분할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류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게 분할 목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지만 인적분할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넘어야 할 산은 있다. 물류사업 특성상 해외 거점을 확보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기존 업체들의 텃새도 이겨내야 한다.

    삼성SDS는 인수합병 카드를 내세워 이 같은 난제를 풀어낼 계획이다.

    CJ대한통운의 선례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중국 최대 물류업체 로킨(Rokin)을 인수한 바 있다. 반년 만에 벌써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로킨의 중국 내 폭넓은 영업망 덕분이다.

    CJ대한통운은 그동안 주로 중국에 진출한 한국기업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펼쳐왔다. 하지만 이번 인수로 새 고객을 한꺼번에 얻게 됐다.

    HMC투자증권은 "부족한 중국 내 네트워크 및 인프라로 어려움을 겪었던 CJ대한통운이 사업 영토를 크게 넓혔다"며 "인수 후 시너지 효과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삼성SDS의 물류사업도 CJ대한통운과 비슷한 길을 걸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그룹 내 계열사들과의 시너지 효과까지 더할 수 있다는 점은 삼성SDS 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 계열사 물량만 해도 괜찮은 실적을 낼 수 있겠지만, 결국 인수합병에 얼마나 강하게 드라이브를 거느냐가 물류 부문 분할 결정에 대한 최종 성적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