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 외벽 설치 태극기-문구 이번주 모두 철거 예정
  •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의 모습. ⓒ 사진 뉴시스
    ▲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설치된 대형 태극기의 모습. ⓒ 사진 뉴시스

    롯데물산이 지난해 8월 광복70주년을 기념해 잠시 롯데월드타워 외벽에 걸었던 대형 태극기가 불법 광고물 논란 속에 결국 철거됐다.

롯데물산 측은 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달 안에 철거를 한다고 약속을 했고 그에 따라 철거를 하는 것이다. 작업은 지난주 금요일부터 시작했는데, 이번 주 안에 끝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롯데물산은 광복70주년을 국민과 함께 경축한다는 의미에서 대형 태극기를 롯데타워 외벽에 설치했으나, 그 뒤 ‘나의 광복-통일로 내일로-도약 대한민국’과 같은 메시지를 태극기 아래 함께 내걸었다. 철거직전까지 태극기와 함께 붙어있던 문구는 ‘대한민국 만세’였다.

롯데 측은 태극기와 함께 문구를 내건 이유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가, 국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메시지를 함께 넣으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제의를 해 그 의견을 반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롯데타워 태극기는 올해 4월 위례시민연대라는 지역 시민단체가 서울시에 철거 민원을 제기하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단체는 롯데 측이 태극기 아래 ‘LOTTE’라는 회사 엠블럼을 넣은 사실을 지적하면서, 롯데가 태극기를 광고물로 이용하고 있다며 즉각적인 철거를 주장했다.

서울시는 위례시민연대 측의 민원 내용을 파악한 뒤, 관할 구청인 송파구에 의견을 묻고, 롯데 측에 민원 접수 사실을 통보했다. 롯데는 서울시로부터 내용을 전달받은 다음날 문제가 된 회사 엠블럼을 지웠다.

관할 구청인 송파구의 옥외광고물 관리 담당자는 “태극기는 광고물관리법의 관리 대상이 아니다. 기업 엠블럼을 지운 이상 불법 광고물이라고 볼 수도 없다”며 단속불가 방침을 분명하게 밝혔다.

위례시민연대는 위법성 논란을 빚은 엠블럼이 삭제된 이후에도 태극기 철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위례시민연대 측은 불법광고물이란 주장 대신 “롯데가 자진 철거를 약속했다”며, 약속 이행을 촉구하고 나섰다.

앞서 롯데 측은 위례시민연대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시도하고, 관할 구청에 의견을 묻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으나, 태극기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소문이 퍼지자 ‘자진 철거’ 계획을 서울시에 알렸다.

롯데 측이 자진 철거 계획을 밝히면서, 롯데타워 태극기를 둘러싸 갈등은 더 깊어졌다. 이번에는 태극기 철거를 반대하는 시민단체들이 타워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국가보훈처는 이와 별개로,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국민들이 태극기를 볼 수 있도록 철거를 미뤄달라는 뜻을 나타냈다.

롯데 측은 선의로 설치한 태극기가 불법 광고물 논란에 휩싸이고, 시민들이 이념갈등까지 빚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롯데물산의 한 직원은 태극기 철거와 관련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직원은 위례시민연대 관계자와 만나봤지만, “무조건 떼라는 말씀만 되풀이했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태극기를 철거하는 심경을 묻는 질문에 “뭐라고 말씀드리기 곤란하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