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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아픈 딸 '반올림'에 볼모로 잡혀 10년 넘게 못 봐"

"가족 걱정하는 딸이었는데"… 만나려는 아버지, 피하는 딸 '비극'인터넷 소식으로만 볼 수 있는 딸… "살아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봤으면"

입력 2016-07-14 20:44 | 수정 2016-07-17 12:14

▲ 14일 오후 경기도 의왕시, 10년 넘게 딸을 찾고 있다는 홍씨를 만나 사연을 들어봤다. ⓒ뉴데일리.


10년 넘게 친딸과 생이별을 하고 있다는 아버지. 무슨 이유에서인지 애타게 찾는 아버지를 피하기만 하는 딸. 영화에나 있을 법한 비극이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처럼 기막힌 비극의 중심에 '반올림'이라는 단체가 껴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기자에게 다급한 목소리의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간절하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한 떨림이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에게 '볼모로 잡혀있는 딸을 구해달라'는 한 아버지의 절규였다.

지난 14일 오후 경기도 동군포에서 이 남성을 직접 만났다. 내년이면 환갑이 된다는 홍모씨는 1957년생으로, 희끗희끗한 머리와 창백한 얼굴로 취재진과 처음 인사를 나눴다.

대면 장소는 그가 일을 하고 있다는 물류기지 지하 1층 사무실. 홍씨는 이곳에서 주 5일제로 근무를 한다. 한 달 수입 200만원 남짓. 생활 여건이 넉넉해 보이진 않았다.

홍씨는 "딸을 지난 2002년부터 14~15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는 하소연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그는 "딸아이가 위독하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할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는 데도 만날 수가 없다"며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취재진을 불렀다고 말했다.

홍씨에 따르면, 그의 딸은 지난 2008년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난치성 질환에 걸렸다. 현재 휠체어를 타고 다녀야 할 만큼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

병에 걸린 원인은 분명하지 않다. 다만 2003년부터 2005년까지 약 3년 동안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있다.

삼성은 홍씨의 딸에게 보상금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직업병과의 과학적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사회적 부조 차원에서 지원금을 주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말 기준 홍씨의 딸과 비슷한 처지의 직업병 의심환자 100여명이 보상금을 타갔다.

하지만 홍씨의 딸은 이 돈을 받지 않았다. 보상 대신 투쟁을 택한 채 삼성을 상대로 수백일째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반올림과 한 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홍씨 역시 처음엔 삼성을 원망하고 비난했었다. 딸의 편에 서 있는 반올림을 오히려 응원했다. 반올림 집회장에 음료수를 몰래 두고 온 적도 있다.

그러나 마음이 뒤집혔다. 가대위(가족대책위원회)가 반올림에 등을 돌리고,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삼성의 모습을 보면서부터다.

반올림도 빌미를 제공했다. 홍씨는 "아파 고통받는 환자들은 뒷전인 채, 집회장에 대리인을 세워놓고 바닷가로 여행을 다녀왔다는 소식을 당당하게 홈페이지에 올리는 반올림에 분노했다"고 말했다.

▲ 홍씨가 일한다는 경기도 의왕시의 한 물류기지 지하. ⓒ뉴데일리.


이처럼 얽히고설킨 어려운 이야기를 제쳐놓더라도,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몸이 아프면 보통 부모를 찾기 마련인데 홍씨의 딸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그의 딸은 지난 2002년 이후부터 아버지와의 연락을 아예 끊어버렸다.

홍씨의 주장은 이렇다. 반올림이 딸과의 만남을 막고 있다는 것.

딸을 보기 위해 반올림 집회장을 수차례 찾았지만 "딸이 아버지를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납득하기 힘든 시위자들의 변명만 들어야 했다는 게 홍씨의 얘기다.

홍씨의 아내도 아픈 몸을 이끌고 이번주에만 두 차례 집회장에 들렀지만 헛수고에 그쳤다. 그의 아내는 2003년에 뇌 수술을 받았지만, 아직까지 뇌 기능이 정상인의 80% 수준만 회복된 상태다.

홍씨는 "딸과 반올림이 같이 있는 장면을 인터넷으로 뻔히 봤는데도, 딸이 누군지조차 모른다는 시위자들의 답변을 볼 때마다 화가 치민다"며 결국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반올림이 삼성과 싸우기 위해 딸을 볼모로 잡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든다"며 "바라는 것 없이 얼굴 한 번 보겠다는 부모 마음을 이렇게 짓밟아선 안 된다"고 성토했다.

그렇다면 딸의 속마음은 무엇일까?

홍씨는 "딸아이가 3년 전쯤 자신의 언니(고모의 딸)에게 전화를 걸어 집안 형편도 어려운데, 이런 상태로 어떻게 나타나냐"며 딸의 심정을 짐작할만한 일화를 귀뜸했다.

실제 홍씨의 딸은 평소 가족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딸은 사라진 후에도 엄마가 쓰러졌을 때 몰래 병문안을 하러 왔었다. 한 살 아래 남동생이 군대에 갔을 당시에는 면회장도 찾았다는 게 홍씨의 설명이다.

홍씨는 "희귀병에 걸린 딸을 인터넷에 의지해 접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움을 누가 알겠느냐"며 "딸이 위독하다는 글을 봤는데, 살아 있을 때 꼭 한 번 만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처럼 딸을 간절히 찾고 있는 홍씨에 대해 반올림 측에 물어봤지만, 그들은 "아는 바가 없다"며 인터뷰 자체를 거절했다.

최종희 choi@newdaily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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