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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철강업계가 현대자동차와 현대중공업의 공동파업에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철강 최대 수요처인 양사가 파업에 돌입하면, 생산 차질로 인해 철강 공급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주요 철강사들은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의 공동파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난주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이 23년만에 공동파업에 나서기로 결정함에 따라 산업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해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
국내 철강사들은 파업 규모가 커지고 장기화된다면 가동률 하락, 재고 증가 등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철강업계에 매출 기여도가 큰 양사이기에 직접적으로 받는 타격은 예상보다 커질 수도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시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현대중공업그룹의 포스코 매출 기여도는 3.2%로 국내 기업 중 최대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포스코 매출 25조6072억원에서 약 8194억원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올린 것이다. 현대기아차로부터 기록한 매출은 4865억원(1.9%)으로 추산된다.
이 결과 포스코가 지난해 양사로부터 거둔 실적은 약 1조3000억원 정도로, 결코 작은 수치라고 보기 어렵다는게 업계의 판단이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전체 매출의 30%인 480만톤의 자동차강판을 현대기아차에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에 공급한 물량 역시 110만톤으로 후판 전체 생산의 33% 정도를 차지한다.
이처럼 현대제철도 현대기아차, 현대중공업이 물량의 상당 부분을 맡고 있어 파업이 장기화 될 경우 큰 피해가 우려된다.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봤을 때 파업이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면서도 "파업이 장기화 되거나 규모가 커질 경우 가동률 하락, 재고 증가 등의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파업이 부분파업이라는 점에서 철강업계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파업 영향으로 철강사들은 일시적인 생산 감소가 발생할 수 있지만 연간 생산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며 “파업의 전례로 봤을 때 수요 업종의 전면파업까지 이뤄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와 함께 현대중공업마저 파업에 나서면서 현대제철 노동조합에 대한 움직임도 관심을 끌고 있다. 이제 곧 임금 및 단체교섭을 시작하기 때문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현대제철 노조는 현대차, 현대중공업과는 다르다"며 "실적 개선세에 있는 지금 시점에서 파업은 얼토당토 않다"며 파업 가능성에 대해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