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차남 조현문 전 부사장의 지분 매각 '변곡점'국민연금 6.12%에서 11.64%로 보유지분 크게 늘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대준의 재계프리즘] 느슨해진 효성의 지배구조 틈새를 활용, 국민연금이 3대주주로서 위상을 높여가고 있다. 효성의 성장가능성에 베팅한 결과, 3년6개월여 동안 영업이익은 2배 가량 증가했고, 주가 역시 2배 이상 뛰었다. 국민연금은 주주로서의 권한이 강해졌을 뿐 아니라 실리까지 챙긴 셈이다. 향후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캐스팅보트 역할까지 가능해졌다.

     

    1일 재계에 따르면 2013년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 전 부사장이 보유 중인 지분 전량을 매각한 이후 현재 개인기준으로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13.45%로 효성의 최대주주가 됐다.

     

    2대주주는 3남인 조현상 부사장(12.21%)이고, 3대주주는 국민연금(11.64%)이다. 당시 최대주주였던 조석래 회장은 10.15%를 보유하는 데 그쳐 4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조현문 전 부사장의 이른바 '형제의 난' 이후 국민연금의 입지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2012년 말까지 효성의 지분구조는 조석래 회장 10.32%, 조현준 사장 7.26%, 조현문 전 부사장 7.18%, 조현상 부사장 7.90%로 조 회장과 아들 3형제가 총 32.66%를 나눠 갖고 있었다. 국민연금은 5대주주로 6.12%를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현문 전 부사장이 2013년 2~3월 보유 중인 효성 지분 대부분을 매각하면서 균형이 깨지기 시작했다.

     

    2013년 3월 말 기준으로 조석래 회장은 지분율 변동이 없었지만 조현준 사장은 8.55%로 1.29%p가 증가했다. 조현상 부사장은 8.76%로 0.86%p가 늘어났다.

     

    2014년 1월 조현문 전 부사장이 잔여지분을 모두 매각하면서 효성과의 인연이 끝났다.

     

    3년6개월여가 흐른 현재,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민연금의 지분보유율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30일 기준으로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6.12%에서 11.64%로 증가했다.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조석래 회장은 10.32%에서 10.15%로 0.17%p 줄었다. 형제는 경쟁하듯 잇따라 지분을 사들였다. 그 결과 조현준 사장은 7.26%에서 13.45%로 6.19%p 늘리며 최대주주에 등극했다. 조현상 부사장도 7.90%에서 12.21%로 4.31%p 늘리며 2대주주가 됐다.

     

    외부세력으로부터 경영권 방어의 목적도 있었지만, 형제간 경영권 승계에 있어 우위를 점하기 위한 포석도 깔려있던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과 형제의 지분을 모두 합치면 35.81%이다.       

     

    이처럼 국민연금이 효성 지분을 늘린 이유는 뭘까. 흔들리고 있던 지배구조의 헛점을 노려 경영권을 장악하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실적 개선에 대한 확신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연결기준으로 2013년 효성의 실적은 매출액 12조5791억원, 영업이익 4859억원, 당기순손실 2292억원을 기록했다. 2014년에는 매출액 12조1771억원, 영업이익 6003억원, 당기순이익 269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증가하고, 당기순이익은 흑자전환했다.

     

    지난해에는 매출액 12조4584억원, 영업이익 9502억원, 당기순이익 492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급증하면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올해 상반기에도 매출액 5조8954억원, 영업이익 5533억원, 당기순이익 3014억원을 기록했다. 재계에서는 현 추세라며 올해는 영업이익 1조원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가 역시 실적을 반영하고 있다. 2013년 2월 말 5만5600원대였던 효성의 주가는 지난 7월 말 13만9000원을 기록했다. 3년6개월여만에 두 배가 넘게 뛰었다. 국민연금으로서는 지분을 늘린 판단이 옳은 셈이다.

     

    배당금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 2013년 주당 1000원에서 2014년 2000원, 지난해에는 3500원까지 상승했다. 배당금으로 챙긴 이익도 짭짤해지고 있다.

     

    한편, 국민연금의 부각으로 향후 경영권 승계에 또 하나의 변수가 생겼다. 

     

    형제는 단독으로 경영권을 장악할 수 없고, 아버지인 조석래 회장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여기에 추가로 3대주주인 국민연금의 동의도 중요해졌다. 사실상 전략적 파트너 관계가 된만큼 국민연금과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국민연금이 조석래 회장이 선택한 후계자를 반대한다면 경영권 승계는 난관에 부딪칠 수 밖에 없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