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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시장 성적을 알려주는 지표가 엇박자를 내고 있다. 높은 청약경쟁률과 달리 초기 계약률은 떨어지고 있어서다. 일부 '청약대박'이라는 단지에 가려진 어두운 그림자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10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전국 1순위 평균 경쟁률은 7.03대1을 기록했다. 2분기 들어서도 14.18대1을 기록하며 약 2배 이상 증가했다.
높은 경쟁률과 달리 초기 계약률은 반대 흐름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전국 1분기 78.9%에 달했던 초기 계약률은 2분기 들어 70.5%로 8% 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수도권 초기 계약률도 떨어지는 추세다. 1분기 수도권 1순위 경쟁률은 3.26대1을 기록했다. 2분기 들어 5.8대1을 기록하며 당첨 경쟁은 치열해졌다. 반면 2분기 초기 계약률은 73.6%를 기록해 전분기와 비교해 5% 포인트 가량 하락했다.
초기 계약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분양시장이 투자 중심으로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초피'라고 불리는 계약 전 붙은 웃돈을 기대하며 청약을 넣는다. 당첨 이후 예상보다 웃돈이 붙지 않으면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1순위 조건이 완화되면서 이러한 계약 포기 현상은 부쩍 늘었다.
계약률이 떨어지면서 미분양도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기준 전국 미분양은 5만9999가구로 전월 대비 8.2% 증가했다. 특히 수도권에서 미분양(2만3325가구)이 증가했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건설사들은 분양시장 호황이 이어지면서 주택사업으로 상당한 이윤을 챙겼다. 최근 몇년간 부진했던 해외사업 손실을 주택사업으로 만회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 정부가 각종 규제를 쏟아내면서 분양시장 성공을 장담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실제 HUG는 최근 분양가가 급속히 높아진다고 판단해 개포동 재건축 단지 분양보증을 불허했다.
결국, 건설사들도 막바지 분양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부동산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이달 전국에 등장하는 일반분양은 3만9569가구에 달한다. 이는 지난달 4만966가구 보다 3.4%p 감소한 수치지만 지난해 동월 1만9314가구 보다는 2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호황을 이루면서 미뤄왔던 사업지 분양을 앞당기는 경우가 많다"며 "사업성이 떨어져 분양시기를 잡지 못했던 프로젝트도 내놓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2∼3년간 분양이 계속되면서 입주물량도 증가하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 3분기 전국에서 입주하는 물량은 8만4461가구로 조사됐다. 이는 1분기 6만7527가구 보다 25.1%, 2분기 7만5126가구와 비교하면 12.4% 증가했다.
결국 입주물량이 증가하면 소비자 입장에선 선택 폭이 넓어진다. 실수요자는 분양시장보다는 바로 입주 할 수 있는 단지를 우선순위로 두기 때문이다. 결국 청약시장에 관심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입주량이 많은 지역에 등장하는 신규 단지에 대한 관심도는 낮아질 수 밖에 없다"며 "청약자들은 선택 폭이 넓어진 만큼 까다롭게 단지를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