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서울 을지로 부근에 위치한 금융회사 건물들ⓒ뉴데일
상장 생명보험사의 상반기 실적이 모두 공개됐다.
삼성, 한화생명 등 대형사의 경우 지난해 수준과 유사하거나 크게 떨어진 반면 동양, 미래에셋생명의 실적은 크게 개선되며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전문가들은 대형 생보사의 실적 부진 요인으로 ‘저금리 지속→투자수익률 악화’로 인한 준비금(책임준비금 및 보증준비금)마련 부담이 컸다고 분석했다.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상장 생보사 4곳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2조36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조4606억원) 보다 4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체 상장 생보사들의 순이익은 크게 늘었지만 속내를 살펴본 결과 ‘옥석’은 갈렸다.
회사별 실적은 삼성생명이 올 상반기 순이익 1조5696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065억원) 보다 73.2% 증가했다.
매출액은 14조1990억원에서 15조1453억원으로 6.7%, 영업이익은 9416억원에서 9969억원으로 5.9% 늘었다.
실적 상승의 원인은 대외 영업보다 내부적인 영향 때문이다.
삼성생명은 올 초 삼성전자가 보유한 삼성카드 지분 4340만주(37.45%)를 매입하면서 9337억원의 염가매수 차익을 얻었다.
염가매수 차익이란 기업을 인수할 때 들인 돈보다 인수된 기업의 공정가치가 클 경우 두 금액의 차이만큼 수익을 낸 것으로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을 말한다.
염가매수 차익에 법인세 등 관련 세금을 제외한 실질 순이익을 따져 볼 때 올 상반기 순이익은 7500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순이익은 15% 이상 떨어진다. 지난해 상반기 일회성 이익(법인세 관련 1400억원)을 뺄 경우엔 올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이번 실적은 삼성카드 염가매수차익과 본사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들이 컸다”며 “하반기로 갈수록 변액보험 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과 이차 역마진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화생명의 상반기 순이익도 전년동기 대비 30.9% 떨어졌다. 한화생명은 2016년 상반기 순이익으로 2623억원을 기록했다.
한화생명의 실적 부진 원인은 앞으로도 걱정되는 부문이다.
이남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한화생명의 유가증권에 대한 처분이익이 컸다. 또 금리 하락에 따른 투자이익률 하락세 및 연말 추가준비금 적립 부담 등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이어 그는 “한화생명은 보험계약 부채 중 금리확정형 비중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금리확정형 계약에 대한 부담금리가 6.5%대로 높기 때문에 공시이율 조정을 통한 이차역마진 확대 방어에도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삼성생명, 한화생명 모두 준비금과 이차 역마진 부담으로 인해 향후 실적 개선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부채적정성평가제도(LAT)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결손금(책임준비금 부족분)은 지난해 말 27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20% 증가했으며 한화생명도 경우 10조1000억원으로 전년대비 42.2%나 늘었다.
또한 보증준비금 적립액의 경우 지난해 말 삼성생명이 1조4798억원으로 전년대비 48% 증가했고 한화생명도 전년대비 43% 가량 늘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형 생보사의 당기순이익이 증가하고 있지만, 수익성 지표가 하락하고 저금리가 지속돼 운용자산이익률도 하락하는 등 투자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며 “앞으로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으로 보험사들이 자본을 확충해야 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앞으로 보다 강도 높은 경영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동양생명과 미래에셋생명은 방카슈랑스 저축성 판매와 ‘Fee-Biz’ 확대를 통해 순이익이 크게 증가했다.
동양생명은 올 상반기 순이익 154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04억원) 보다 18.1% 증가했다. 반기 기준 역대 최대 순이익이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회사의 경영전략은 질적·양적 성장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며 “수입보험료를 비롯한 전반적인 영업지표가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미래에셋생명은 다양한 해외투자 포트폴리오로 ALM(자산 및 부채관리) 기반을 강화했다.
상반기 보험부채 부담 금리는 4.02%로 업계 최저 수준을 유지했으며 지난 1분기 자산·부채 듀레이션도 자산 5.8년, 부채 6.7년으로 지난해(자산5.5년, 부채5.6년)보다 개선됐다.
미래에셋생명의 상반기 순이익은 502억원으로 지난해(441억원) 보다 13.95% 증가했다.
김고은 메리츠종금 연구원은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특별계정 수수료 수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순이익에 기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IFRS4 2단계 및 신지급여력비율 도입 시 영향을 비교적 적게 받을 수 있어 주가 흐름에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