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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가 올 상반기 92% 증가한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순이익도 흑자로 돌아섰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다. 불안정한 재무구조와 줄어드는 수주잔고가 '옥에 티'로 남아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라는 올 상반기 매출액 6242억원과 영업이익 341억원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3.8%, 92.6% 증가했다. 여기에 순이익도 109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한라 측은 "작년 2분기와 비교해 토목과 해외사업의 매출 비중이 줄어든 대신 수익성이 양호한 도급 주택부문의 매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영업실적이 개선됐다"며 "크게 호전된 실적에서 알 수 있듯이 올해 사업목표인 영업이익 620억원은 초과달성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한라의 실적개선은 주택사업 확대가 주요하게 작용했다. 2분기에 주택사업에서만 전체 매출의 40%를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26% 매출을 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주택사업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시흥배곧 한라비발디 캠퍼스 1~3차'는 모두 5개월 안에 완판됐으며 7월 말 기준 18~62%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원가절감 노력이 가시화된 점도 이익개선에 한몫 했다. 판매비와 관리비가 지난해 보다 28.3% 감소했다. 구조조정을 통한 인력 효율화로 급여총액을 줄였으며, 1분기 대손상각비 70억원이 환입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문제는 여전히 불안한 재무구조와 바닥을 보이고 있는 수주잔고다.
부채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보다 3331억원 줄어들면서 부채비율이 94%p 감소했지만, 275%로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비슷한 규모인 태영건설(123%) 보다 두 배 이상 높다.
1.0을 밑돌며 '부실기업' 오명을 쓸 수밖에 없었던 이자보상배율도 1.4로 증가하긴 했지만 개선된 것에 만족해야 할 수준이다. 지난해 보다 -3%p 악화된 유동비율(55%) 역시 태영건설(96%)이나 또 다른 경쟁사 코오롱글로벌(78%)보다 낮아 안정적인 수준으로 보기 어렵다.
수주잔고도 2조8710억원으로 지난해 3조1905억원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국제유가 하락과 공공사업 발주 감소 등 국내외 사업여건 악화 여파를 감안하더라도 태영건설(4조원)에 크게 못 미친다.
특히나 최근 양호한 실적을 견인하고 있는 배곧신도시 사업이 거의 종료되는 2018년께는 수주잔고 부족으로 매출액이나 수익성 측면에서 모두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라 측은 "무엇보다 이번 실적은 단기적, 일시적인 개선이 아니라 그동안 당사가 주력해온 강도 높은 자구이행 성과가 본격적으로 시현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수익성 있는 다양한 개발사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앞으로도 강도 높은 자구이행으로 차입금 감축과 재무구조 개선을 지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