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1만가구 분양 늘려입주물량 증가는 미분양 악순환으로

  • 수도권 미분양이 적체되고 있지만 건설사들은 아랑곳 하지 않고 물량 쏟아내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내놓은 부동산 규제가 현실화되기 전에 사업을 마무리하겠다는 의도다.

    26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수도권 분양물량은 전월 대비 70% 증가한 3만2042가구로, 전월 대비 무려 33% 증가했다.  

    특히 대형건설사 물량이 대폭 늘었다. 내달 예고된 10대 대형건설사 분양물량은 총 1만7913가구로, 지난해 8497가구보다 1만가구 가까이 폭증했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9월은 추석 연휴가 있어 분양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각종 규제가 나오는 상황에서 분양 연기도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건설사들이 일제히 물량을 쏟아내는 데는 정부의 각종 규제 탓이 커 보인다. 단기간에 사업을 진행해 규제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인 셈이다.

    밀어내기식 분양은 곧바로 청약결과로 이어졌다. 올 들어 미달한 전체 24개 단지 중 21곳이 경기지역에 속했다. 경기도는 택지지구 공급 중심으로 분양이 이뤄진다. 전체 가구가 모두 일반분양으로 이뤄져 수요대비 공급이 많다. 결국 단기간 공급이 늘었던 지역에선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청약 실패는 미분양 증가로 이어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6월 기준 수도권 미분양은 전월 보다 11.7%(2438가구) 증가한 2만3325가구로 조사됐다.  


  • 미분양 증가 우려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있다. 공급이 증가하는 반면 단지별 청약 양극화 현상은 계속되고 있어서다. 강남과 일부 택지지구를 제외하면 우수한 분양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  

    실제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재건축·재개발 단지는 수십대1의 청약 경쟁률을 기록했다.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하는 '디에이치 아너힐즈' 1순위 청약 경쟁률은 100.6대1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수도권 최고 경쟁률이다. 반면 경기 오산시에 등장한 '오산 센트럴 푸르지오'는 1순위 마감에 실패했다.

    공급과잉은 입주물량 증가로 이어졌다. 수요자 입장에선 입주물량이 늘어나면 선택 폭이 넓어진 것. 국토부에 따르면 내달부터 11월까지 수도권 입주물량은 3만3150가구로 집계됐다. 분양시장뿐 아니라 당장 입주가 가능한 단지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미분양 증가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졌다. 

    결국 정부는 칼을 빼 들었다. 공급과잉을 우려해 공공택지 공급을 줄이겠다는 8·25 가계부채 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올해 토지공급을 지난해 58% 수준으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내년 공급도 수급여건을 고려해 올해보다 추가 감축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공택지 공급 조절은 장기적인 대안으로 당장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강남이나 다산신도시 등 사업성이 우수한 지역에 청약자들은 꾸준하게 몰릴 것"이라며 "미분양과 입주물량이 상당한 지역에선 수급 조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