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산은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은 시기상조" 채권단, 법정관리 피하려면 자구안 최소 6천억은 돼야

  •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법정관리 기로에 선 한진해운의 운명이 30일 결정된다.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은 하나, 우리, 농협, 국민은행에 신규자금 지원 여부를 이날까지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한진해운은 5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시했으나 채권단은 이중에 실효성 있는 자금은 4천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했다. 

한진해운 생존을 위한 부족자금 6천억원 이상을 채권단이 신규로 내놔야 하는 상황이 됐다. 채권단이 추가 자금 지원에 뜻을 모으지 못할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로 가게 된다. 

채권단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현재 재무상태로는 법정관리가 기업 청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한국선주협회는 29일 국회서 세미나를 열고 "현대상선과 합병을 통해 비용을 줄이고 경쟁력을 높여나가는 것만이 해운산업이 생존하는 길"이라고 강조하고 나섰다. 

한진해운의 독자 생존이 어렵다면 회생길로 들어선 현대상선과 한 배를 타 국내 해운업의 피해를 최소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영무 한국선주협회 부회장은 "한진해운을 개인회사로 볼 것이 아니라 국가적인 차원에서 유동성을 공급해 정상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사실상 청산 절차로 이어져 국내 해운업 등에 막대한 피해를 줄 것으로 보인다. 

선주협회는 한진해운이 청산할 경우, 국내 업계의 경제 손실이 연간 20조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부적으로 부산항은 터미널 수입 감소, 선박 관리 등에 따른 4천억원대 피해를 입고 해운업계는 매출 소멸, 운임 폭등에 그대로 노출돼 9조원대 타격을 받는다는 것이다. 

  •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 정부·산은 "현대상선-한진해운 합병, 시기상조" 

    이날 한진해운의 합병론이 대두되면서 한진해운의 주가는 상승폭을 그리고 있다. 

    다만 채권단과 정부는 합병론에 대해 "당장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기업의 합병이 진행되기 위한 숱한 절차가 있는데 지금 많은 내용들이 생략됐다"면서 "당장 한진해운의 합병을 논하는 일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진해운을 지금 정상 기업으로 볼 수 있는지부터 잘 판단해야 할 것"이라 했다. 

    정부 입장은 한층 더 조심스럽다. 한 정부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돌입할 경우 합병 진행이 더 어려워지는 게 사실"이라며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앞서 한진그룹과 한진해운은 전일 "독일 HSH 노르드 방크 등 해외 금융기관에서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대한 동의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밝혔다. 

    이에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유동성 부족 시나리오는 선박금융 유예 및 용선료 인하 협상이 성공한 경우를 전제로 해 협상 진전이 채권단 협의에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다"고 밝혔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의 부족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5천억원 규모의 자구안 외에도 채권단이 추가로 내놔야 할 돈이 최소 6천억원에 달하는 셈이다.

  •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 뉴데일리
    ▲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 ⓒ 뉴데일리


  • ◇ 한진해운에만 엄격한 산은? '원칙대로' 간다 

    현재까지 상황을 종합하면 채권단은 채무유예를 중단하고 한진해운은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할 가능성이 높다.

    해운업계에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엄격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는 불만이 많다. 

    실제 산은과 한진 간에는 자율협약 초반 협상단계부터 '불협화음'이 자리해 왔다. 

    지난 4월 조건부 자율협약 신청 당시 한진그룹이 채권단과 조율없이 일방적으로 신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자율협약 종료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도 '4천억 버티기'로 일관하며 치킨게임을 벌인데 대해 한진의 설득력이 부족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에 채권단은 현대증권 등 자회사 매각으로 경영 정상화 단계에 들어선 현대상선과 동일 원칙으로 임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이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고 사내이사와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는 등 노력을 보인 것과 달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처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에 한진 측은 "현재 대한항공 부채비율이 1천%나 되는 등 그룹이 재무적으로 어려워 5천억원 이상의 지원은 무리"라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이 붕괴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도록 정부와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