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등 채권단 신속 결정…자구안 제출 때부터 사실상 결론 채권 부도·차입금 회수불능·화물 소송도 잇따를 듯

  • ▲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 한진해운
    ▲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 한진해운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의 길을 걷게 됐다. 

국내 1위 해운사의 운명은 이제 채권단의 손을 떠났다.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과 파산이 결정되는데 한진해운은이미 연체금이 상당해 파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은 30일 만장일치로 "한진해운에 대한 신규 지원은 없다"고 결론냈다.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은 이날 오전 11시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긴급 채권단 회의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하는 유동성 확보가 부족하다고 봤다. 

앞서 한진해운은 지난주 5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제출했으나 산업은행은 실질적으로 쓰일 수 있는 액수는 4천억원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한진해운이 용선료 협상, 선박금융 유예 조치가 모두 마무리 되더라도 생존을 위한 자금만 1조원 이상이 필요한 상황이다. 

즉 채권단으로서는 6천억원이상의 자금을 신규로 투입해야한다.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최소한 6천억원 규모의 자구안을 내놔야 정상화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지만 한진해운은 4천억원으로 맞서며 채권단의 추가 지원을 요구해 왔다.  

채권단은 실사 결과를 토대로 한진해운의 부족 자금이 내년까지 1조∼1조3천억원, 운임이 현재보다 하락하는 최악의 경우 1조7천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 "반전 없어" 채권단 신속한 결정

업계에서는 채권단이 한진해운의 자구안을 받아든 순간부터 사실상 법정관리가 예정돼 있었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 채권단이 최종 판단을 한 주 정도 미루고 고심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으나 '반전'은 없었다. 

산업은행 이동걸 회장이 지난 2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구조조정의 2가지 원칙 중 하나인 '신속성'을 그대로 실현시킨 것이다. 

채권단이 만장일치로 추가 지원 불가를 결정한데는 앞서 현대상선과의 형평성, 혈세투입 반대 등 여러가지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30일 한진해운의 추가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 뉴데일리
    ▲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30일 한진해운의 추가 자금지원 불가 결정을 내렸다. ⓒ 뉴데일리


  • 특히 한진해운에 신규 자금을 투입해도 모두 연체를 갚는데 쓰일 수 밖에 없는 현실적인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또 채권단이 신규자금을 내줄 명분도 약했다. 한진해운이 수개월 간 4천억원으로 치킨게임을 벌이는 상황에서 채권단이 지원에 대한 명분을 찾기가 어려워 원칙을 고수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일부에서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사재출연 규모나 방식 등이 명확하지 않았던 점도 채권단의 신속한 판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자율협약 초기 단계부터 사재 300억원을 출연, 대규모 감자 실시 등 수순을 밟아가며 채권단에 신뢰를 쌓았던 데 반해 조 회장은 처음부터 4천억원을 제시, 마지막까지 성의있는 액수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 35조 타격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가게되면 우리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35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채권 3조원이 부도처리되고, 6개 채권은행의 투자금을 포함한 국내 금융기관의 차입금은 모두 회수 불능 채권으로 100% 손실 처리된다. 

  •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 뉴데일리


  • 세부적으로 산업은행은 6600억, KEB하나은행은 890억, 농협은행 850억원 등 국내 금융기관 차입금은 1조3000억원에 달한다. 또 납품업체 미지급금 6000억, 선박금융 5800억, 공모사채 4300억원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이외에도 파산에 따른 업무 중단으로 손배 청구도 잇따를 전망이다. 화주들의 계약 위반 소송의 규모는 14조원으로 추정된다.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THE alliance) 퇴출로 인한 157척의 선박 운행 중단으로 120만개의 컨테이너는 갈 곳을 잃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