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관리 후 되살아난 팬택 사례 주목 선박·인력·네트워크 등 이탈 가능성 커, 여전히 부정적

  •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첫 관문인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 한진해운 제공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첫 관문인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 한진해운 제공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첫 관문인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1일 한진해운의 회생절차 개시 결정을 선언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지 하루 만에 재판부의 개시 선언이 나오자 한진해운 쪽에서는 법원이 청산보다 회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실낱같은 희망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현대상선에 넘기는 이른바 청산을 전제로 한 시나리오에 무게를 두고 있어 한진해운이 온전한 해운기업으로 살아남을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 현대상선에 넘길 '알짜' 자산 거의 없을 듯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선박, 우수 인력, 영업네트워크 등을 추려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국내 1위 선사인 한진해운이 지닌 경쟁력을 나홀로 국적선사로 남은 현대상선에게 이전하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 한진해운이 현대상선에 팔만한 알짜자산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현재 한진해운의 남은 자산은 사실상 선박 뿐이다. 총 98척의 선박 중 빌린 선박이 61척, 소유하고 있는 선박이 37척이다. 

  •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첫 관문인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 한진해운 제공
    ▲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첫 관문인 회생절차가 시작됐다. ⓒ 한진해운 제공


  • 한진해운이 이 선박을 모두 처분한다고 해도 배 값인 4~5조원을 거머쥐지도 못한다. 한진해운이 물린 선박금융만 3조원이 훌쩍 넘기 때문이다. 

    또 한진해운이 지닌 인력·영업망을 현대상선으로 이전하는 문제 또한 녹록지 못하다. 법정관리 과정에서 우수 인력은 상당수 회사를 떠날 공산이 크고 한진해운의 해외 노선은 현대상선과 중복이 많다. 

    한진해운은 경영난에 허덕이던 지난해부터 (주)한진에 쓸만한 자산을 순차적으로 매각해 왔다. △한진해운신항만 지분 50% △동남아항로 일부 운영권 △베트남 터미널법인 지분 등이다. 


    ◇ 조양호 회장 "한진해운 위해 모든 노력"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거머쥔 (주)한진이 차후 해운업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주)한진이 매입한 한진해운 자산 대부분 아시아 노선 영업권으로 비교적 거리가 짧은 아시아 노선부터 해운업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다. 

    향후 현대상선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경우, 조양호 회장이 현대상선을 인수할 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다. 조 회장이 한진해운은 포기했지만 (주)한진을 통해 해운업에서 재기의 발판을 찾지 않겠느냐는 관측이다. 

  • ▲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거머쥔 (주)한진이 차후 해운업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알짜 자산을 거머쥔 (주)한진이 차후 해운업에 다시 뛰어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 뉴데일리


  • 조 회장은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8월31일 임직원들에게 "어떤 상황이 닥친다 해도 그룹 차원에서 한진해운과 해운업 재활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임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믿음을 품고 함께 해달라"고 했다. 

    하지만 한진그룹은 채권단에 5천억 이상의 자금은 어렵다고 수개월 간 버틸만큼 자금사정이 빡빡해 현실성은 떨어져 보인다. 


    ◇ 법원 "회생 전제로 양도, 청산 전제 아니다"

    한진해운 사태를 둘러싼 금융당국과 법원 간의 불협화음은 회생과 청산기로에 선 한진해운의 운명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한진해운의 알짜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도록 하는 방안을 발표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선박, 영업, 네트워크, 인력 등 우량자산을 인수해 최대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채권단인 산업은행 등과 현대상선이 우량자산을 인수할 수 있도록 신규 자금을 지원 방안 검토에 들어갔다. 

    중앙지법 파산부는 1일 자료를 통해 "금융위가 발표한 현대상선을 통한 한진해운 우량자산 인수 방안은 법원과 전혀 협의되지 않은 내용"이라고 했다. 

    이어 "법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방법으로 적정가격에 한진해운 영업 또는 자산을 양도하는 방안도 배제하고 있지 않으나 이는 회생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지 청산을 전제로 하는 것이 아니다"고 했다. 

    현재 한진해운의 법정관리에 따라 전세계 곳곳에서는 한진해운 배가 항구에 억류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노선에서는 선박이 압류될까 항구에 배를 대지 않고 있다. 한진해운과 계약관계에 있던 수출입업체들은 다른 해운사를 찾느라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정부는 오는 8일부터 현대상선 선박 13척을 긴급투입해 물류난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