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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노이=김수경 기자] "한국 소주는 고급 술로 통해요. 많이 마셔도 다음 날 숙취가 없고 맛있어요. 좀 더 많은 곳에서 한국 술을 판다면 자주 사 마실거 같습니다. 자몽에이슬은 오늘 처음 마셨는데, 사케보다 맛있는데요?"
지난 1일 오후 7시(현지시간) 하이트진로의 현지 팝업스토어 '진로소주클럽'에서 만난 직장인 히엡 부(32세)씨는 친구들과 함께 자몽에이슬과 참이슬을 마시며 한국 술에 대해 이같이 평했다.
히엡 씨는 "베트남 사람들은 단 술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몽에이슬은 정말 맛있어서 깜짝 놀랐다"면서 "한국 드라마에서 소맥(소주와 맥주를 섞은 술)을 보고 따라 마셔봤는데 만드는 과정이 흥미로웠고, 소주는 베트남 보드카와 맛은 비슷한데 가격은 조금 더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소주가 베트남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많은 식당과 슈퍼에서 판매해야 할 것 같다"면서 "일본 사케보다 맛있는데 아직까지 파는 곳이 별로 없어 아쉽다"고 전했다.
수백여명의 베트남 현지인들은 이날 '진로소주클럽'에서 케이팝 음악을 들으며 참이슬과 진로24, 자몽에이슬을 안주와 함께 즐겼다. 귀에 익숙한 케이팝 음악이 매장 내에 크게 울려퍼졌고 밤 늦게까지 베트남 손님들은 '한 병 더'를 외치며 한국 술과 한국식 포차 문화를 경험했다.
'진로소주클럽'은 하이트진로가 내년 오픈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는 프랜차이즈형 주점 '진로포차' 사업을 위한 테스트베드이자 현지인들에게 한국 술을 알리기 위한 팝업스토어이다. 베트남의 홍대로 유명한 쭉빠익 지역의 라운지바 소호가든에 문을 열고 베트남 중산층 2030 고객을 주 타깃층으로 잡았다. -
이날 행사에서는 베트남 시장 음원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수 하리원을 초청해 한국의 소맥 문화를 알리고 케이팝 공연을 펼쳐 고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특히 하이트진로 한국 직원이 무대에 올라 맥주를 반쯤 부은 잔에 소주잔을 떨어뜨리는 소맥 제조법을 시연하자 베트남인들은 연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으며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걱정 반, 기대 반 속에 문을 연 '진로소주클럽'은 빈 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성황을 이루며 한국 소주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황정호 하이트진로 해외본부장 상무는 "베트남 시장에서 한국 소주는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라면서 "일부 대형마트에만 참이슬과 진로24, 자몽에이슬이 입점 돼 있지만 앞으로 소규모 상점에도 하이트진로 술을 모두 유통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
이어 "하이트진로는 앞으로 소주를 와인이나 보드카와 같은 하나의 주류 카테고리로 확고히 자리잡도록 알리고 '참이슬'을 소주의 스탠다드로 육성시키겠다"면서 "동남아 시장은 물론 소주가 글로벌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문화를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하이트진로는 베트남 대형마트인 이온마트와 빅씨마트, 케이마트, 롯데마트를 비롯해 편의점 써클케이, 패미리마트 등에 입점해 있다.
베트남 전체 주류 판매량의 75%는 식당, 나머지 25%는 유통채널이 차지한다.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주류는 전체의 5% 내외이다. 하이트진로는 대형마트에서 중산층을 중심으로 한국 소주를 알린 후 현지 식당으로 유통 채널을 점차 현지화 해 간다는 전략이다. -
하노이 이온마트에서 만난 허영주 하이트진로 베트남법인 차장은 "베트남은 싼 가격을 선호하는 경향으 두드러지지만 한국 소주의 품질에 대해 높이 평가하기 때문에 중산층의 경우 현지 보드카 대비 2배 정도 비싼 가격도 수용하는 분위기"라며 "베트님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 한국 소주가 베트남 음식과도 잘 어울려 성공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베트남 주류 시장에서 맥주가 80% 이상을 차지하고 증류주는 1% 밖에 되지 않지만 성장 속도가 빨라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면서 "하이트진로는 소주를 중심으로 베트남 증류주 시장을 선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베트남 현지 주류기업에서 근무하다 1년 전 하이트진로에 입사했다는 타인(33세) 하이트진로 베트남 법인 마케팅 담당자는 "하이트진로에서 일하면서 시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많이 느끼고 있다"면서 "베트남 사람들은 술을 즐겨 마시는데 베트남 보드카보다 품질도 좋고 맛도 좋은 한국 소주에 대한 관심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까지 한국 소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적지만 점차 시장을 넓혀나가기만 한다면 많은 베트남인들이 한국 소주를 보드카보다 즐겨마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트진로는 현지인들에게 한국 술을 알리기 위해 '진로소주클럽'을 11월까지 운영하고 내년에는 한국식 프랜차이즈 주점 '진로포차(가칭)'를 오픈할 계획이다.
황정호 상무는 "동남아시아 시장은 한류문화 등 소주의 세계화를 위한 가장 역동적인 시장"이라면서 "베트남을 시작으로 아시아 전체와 미주, 유럽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소주를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