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신청한다, 규모는 아직"… 해수부,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에 반영
  • ▲ 현대상선.ⓒ연합뉴스
    ▲ 현대상선.ⓒ연합뉴스

    정부의 1조4000억원 규모 '선박 신조 펀드' 활용에 변화가 예상된다. 지원 대상 선박이 컨테이너선에서 벌크선 등으로 조기에 다양화될 전망이다. 이런 내용은 다음 달 해양수산부가 내놓을 중장기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담길 예정이다.

    12일 해수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해운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국적 선사의 선박 신조를 지원할 계획이다. 선박 신조는 지난 3월 마련한 12억 달러(1조4000억원) 규모의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말 1만3000~1만4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 10척을 건조할 수 있는 규모의 선박펀드 조성을 승인한 상태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기업회생 절차)로 펀드 수요자가 현대상선 하나만 남게 되면서 펀드 운용·활용에도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대상선은 선박 신조 펀드 활용에는 변화가 없다는 태도다. 세계 최대 해운동맹(2M) 가입으로 대형 선박 발주가 필요한 데다 한진해운 사태로 처리할 뱃짐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그동안 부채비율이 400% 미만으로 낮아지면 선박 신조 펀드를 신청하겠다고 얘기해왔다"며 "현재 관계기관과 협의 단계로 아직 내용은 구체화된 게 없다"고 전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내정자도 "(선박 발주는) 필요하다. (선박 신조 펀드 신청이) 검토되고 있긴 하다"고 밝혔다. 문제는 규모다. 유 내정자는 "시황이나 회사 사정 등을 봐서 결정할 부분으로 취임 이후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운 관련 업계에서는 현대상선이 펀드를 모두 소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견해가 많다. 보통 선박을 발주할 때의 10분의 1만 부담하면 배를 부릴 수 있지만, 정기적으로 실어나를 화물이 없으면 쓸모가 없어서다. 투자자에게 매달 지급해야 하는 수백억원의 이자(용선료) 부담도 적지 않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기본적으로 물량만 확보한다면 (현대상선에서) 선박 신조 펀드를 모두 쓸 수도 있다"며 "다만 한진해운 물량을 얼마나 확보할지, 현대상선의 역량은 어느 정도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최고 숙제는 적자를 최소화하고 영업이윤을 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큰 틀에서는 선령(배 나이)을 낮춰가며 꾸준히 투자하는 게 맞고 새로 건조한 배를 인수하게 될 2018년쯤에는 세계 해운업계가 회복되리라 보이므로 투자를 고려해야 한다"는 견해다. 그는 "뜻밖에 투자가 많아지면 운임이 내려갈 수도 있지만, (현대상선이) 해운동맹이 재편하는 내년 초 미주노선 물량을 많이 확보하면 보완할 수 있다"며 "오히려 관건은 (현대상선이) 더는 적자를 내지 않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종합하면 지금이 투자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지만, 적자는 피해야 하므로 펀드 신청이 많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다.

    해수부도 이를 감지하고 다음 달 내놓을 해운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선박 신조 펀드 운용에 관한 내용을 반영하겠다는 태도다. 해수부 관계자는 "화물이 없는데 배만 지을 순 없다"며 "지원대상 선박을 컨테이너선에서 다른 종류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컨테이너선 말고도 수익성 있는 선박이 있을 수 있다"며 "중소 연근해선사나 벌크 선사를 대상을 확대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애초 금융위는 컨테이너선을 대상으로 펀드를 운용하고서 앞으로 수요를 보아가며 대상 선종을 다양화하고 펀드 규모도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