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이상 실업자 6만 명 늘어…증가 폭 최대 전문가들 "경기 장기침체 이미 시작됐다"

  • 장기실업자 비중 18%, 4개월 만에 두 배…외환위기 수준

    실업 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가 늘면서 장기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지난달 6개월 이상 실업자는 지난 6월 11만4000여 명에서 두 달 뒤인 8월에는 7만 명 가까이 증가해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이는 4개월 전인 4월보다 2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수준이다.


    21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6개월 이상 장기실업자 수는 18만2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만2000명 증가했다.


    지난달 증가 폭은 실업자 기준을 구직 기간 1주일에서 4주일로 바꾼 1999년 6월 이후 가장 높은 결과로 8월의 6개월 이상 실업자 수는 1999년 8월 27만4000명을 기록한 이후 최대치다.


    장기실업자 수는 2013년까지 증감을 반복하다가 2014년 이후에는 매달 평균적으로 1만∼2만여 명씩 증가하는 모습을 보인 반면, 지난해 5월부터 올해 초까지 증가 폭이 3만∼4만여 명으로 확대됐고, 지난 7월 5만1000명으로 급등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증가 폭이 6만 명대로 늘었다. 


    전체 실업자 중 장기실업자 비중도 18.27%로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9년 9월 이후 최대치를 기록하며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1999년 당시 20%에 달했던 장기실업자 비율은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0년 이후에는 7∼8% 선을 유지해왔으나 지난해 5월 장기실업자가 늘면서 장기실업 비중은 10%대로 올라선 데 이어 올해 7월에는 10% 후반대까지 치솟았다. 


    단기 실업은 구직과정이나 경기침체기에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경제현상인 한편, 계속되는 경기 침체로 실업자들이 구직에 잇따라 실패해 발생하는 장기실업은 일반적으로 경기 이상 징후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통상적으로 장기 실업보다 단기 실업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최근 몇 달 새 두드러진 장기실업자 증가세는 매우 우려할만한 신호라고 분석하고 있다.


    조선 ·해운 산업에서도 구조조정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실업자들이 자칫 장기실업자로 전락할 우려가 있어 장기 실업자의 증가세는 달갑지 않은 현상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장기실업자의 증가세는 이미 한국경제가 장기침체와 디플레이션의 길에 들어섰다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며 "예전에는 장기침체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실업이 발생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면서 일을 구하는 경우가 많았다. 장기침체는 이미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