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 발견 지역에 인간·동물 대상 발병 사례 없어
  • ▲ 대웅제약 사옥. ⓒ대웅제약
    ▲ 대웅제약 사옥. ⓒ대웅제약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이하 보톡스) '나보타'를 만드는 균주 출처에 대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보톡스는 미간 주름 개선 등 미용 목적에 주로 쓰이는 의약품이다.

    대웅제약이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나보타' 균주를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축사 인근 토양에서 발견했다. 반면 해당 지역에서 보톡스 독소로 인한 발병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가 발간한 2015 감염병 감시연보(2005~2010년)에 따르면 대웅제약이 나보타 균주를 발견한 시기에 인간 대상으로 한 보툴리눔 발병 사례는 한차례도 없었다. 동물 대상으로 한 보툴리눔 발병 사례는 5건 있었으나 발생 장소와 시기, 균 종류가 대웅제약의 보고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보톡스는 1g만으로 수만 명을 죽일 수 있는 맹독성 물질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로 만들어진다. 보툴리눔은 생화학무기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해당 세균을 획득하거나 연구할 때 질병관리본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에 보고해야 하며 수출입할 때도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도 보톡스 제품 허가에 있어서 균주 기원과 획득 경위를 밝히도록 하고 있다.

    대웅제약이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한 내용에 의하면 나보타 균주는 홀스트레인 계통으로 미국 제약사 '앨러간'과 동일하다. 앨러간은 보톡스, 필러 등 미용·성형 의약품 시장을 리딩하고 있는 제약사로 세계 보톡스 시장 4조원(2015년 기준)의 74%를 차지하고 있다. 

    앨러간은 미국 위스콘신 대학교로부터 직접 보툴리눔 균을 받아와 보톡스로 개발했으며 유통 중이다. 홀스트레인 계통 보툴리눔은 우수한 질의 독소를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웅제약 측은 "나보타 균주는 위스콘신 대학교의 '홀스트레인' 보툴리눔 균과 동등하다는 확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 ▲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지역 환자 발생 신고 현황.ⓒ경기도감염병감시보
    ▲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을 발견했다고 주장하는 지역 환자 발생 신고 현황.ⓒ경기도감염병감시보



    그러나 업계는 나보타 균주 출처에 강한 의구심을 제시하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서 보툴리눔 발병 보고가 한 건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홀스트레인 계통의 보툴리눔을 발견했다는 게 의아하다"며 "박테리아는 증식 과정에서 염색체 복사 등을 통해 '족보' 역할을 하는 염기서열이 달라지고 토양 등 주변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아 같은 종류의 보툴리눔을 발견하는 것은 극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해외 주요 보톡스 제품은 제품 품질과 임상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균주 확득 경위와 기원, 발견자 등을 명확히 밝히지만 나보타 균주에 대한 정보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균주 발견 장소와 날짜, 관리 시설, 연구 계획 등을 질병관리본부에 제출했으나 균주의 염기서열은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나보타 균주의 염기서열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불필요한 작업이라고 판단, 별도로 요청하지 않았다"며 "기업의 기밀정보를 보호하고자 하는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웅제약은 나보타 균주에 대한 출처 논란이 거세지자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일부 제약사가 나보타 균주 출처에 대해 악의적인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내부 회의 중"이라며 "9월 30일까지 내부 의견을 취합할 예정이며 향후 법적 책임 등의 대응 수위를 높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나보타는 국내 제약사 최초로 최대 규모의 북미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임상 3상을 최근 완료했으며 2017년 상반기 수출을 목표로 FDA의 판매 허가만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