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까지 7대 조립 그쳐… 파업 기간 생산 차량 품질 문제도 변수추석 운행 무산으로 체면 구긴 국토부, 양치기 소년 신세
  •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 프리미엄 고속버스 내부.ⓒ국토부

    다음 달 중순께로 연기된 '프리미엄(초우등형) 고속버스' 개통이 또다시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자동차 파업 장기화에 따른 여파 때문이다. 추석 명절에 맞춰 실전 투입하려다 돌연 개통을 연기하며 체면을 구긴 국토교통부는 '양치기 소년'이 될 처지에 놓였다.

    29일 현대차와 고속버스운송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파업 장기화로 말미암아 프리미엄 고속버스 생산과 인도가 늦어지고 있다. 고속버스업계 한 관계자는 "아직 건네받은 차량은 없다. 일부만 넘겨받아서는 소용이 없어 한꺼번에 받으려 한다"며 "10월 말쯤 예상했으나 파업 때문에 언제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와 전국고속버스운송사업조합은 지난달 프리미엄 고속버스 운행을 잠정 연기했다. 국토부는 "27대를 정상적으로 개통하는 시기는 10월 중순은 돼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애초 국토부와 고속버스조합은 추석을 앞두고 이달 12일부터 서울~부산, 서울~광주 노선에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투입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24일부터 예매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대차 파업이 악화하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어 버스 운행을 잠정 연기했다.

    문제는 현대차 사태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협상 2차 잠정합의안 마련에 실패한 뒤 이날 또다시 12시간 파업에 들어갔다. 1조 근로자는 오전 8시50분, 2조는 오후 3시30분부터 각각 6시간 파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노조는 이번 주 내내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으로 30일에도 6시간 부분파업을 벌일 예정이다. 노사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자 일단 냉각기를 갖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달 초 연휴를 지낸 뒤 재교섭 여부를 결정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행히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현재 납품 물량이 모두 생산라인에는 들어가 있다. 정상적인 상태라면 생산라인에서 버스 1대를 조립하는 데 13~14일이 걸린다. 프리미엄 고속버스는 조립 후 좌석 장착 등 외주 작업에 사나흘이 더 소요된다. 차량 출고 후 시험운행에 하루 이틀 걸릴 것까지 고려하면 최종 납품까지 17~20일이 걸린다는 계산이다. 마지막 차량이 생산라인에 들어간 만큼 더는 파업이 없다는 전제하에 다음 달 중순은 무리여도 10월 말까지는 차량을 고속버스조합에 건넬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이번 주 안으로 총 7대의 버스 조립이 완료될 예정"이라며 "10월 말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으로 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는 생산라인이 더디게 가동되고 있다는 방증도 된다. 현대차는 지난달 23일 현재 조립이 완료돼 시험단계에 있는 버스가 6대라고 밝혔다. 돌려 말하면 파업으로 말미암아 한 달 남짓 동안 고작 1대를 추가로 생산하는 데 그쳤다는 얘기다.

    또 다른 변수는 현대차 내부에서 차량 출고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는 점이다. 파업 기간에 생산된 차량의 품질 문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고속버스조합도 앞서 개통 시기를 연기하는 이유의 하나로 이 문제를 언급했었다. 현대차 관계자는 "프리미엄 고속버스를 처녀 출고하게 되는 만큼 부품이나 차량의 품질을 꼼꼼히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에 어느 정도 시일이 걸릴 거라고 현재로선 말하기 곤란하다"고 귀띔했다. 현대차 홍보팀 설명대로 다음 달까지 차량 납품이 이뤄질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한편 고속버스조합은 애초 현대차와 12대, 기아자동차와 15대 버스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기아차에서 좌석 전동모터와 개별 모니터 등과 관련한 전기과부하 문제를 발견함에 따라 프리미엄 고속버스 전량을 현대차가 생산해 납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