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조건부 승인 대상 의약품 확대한다고 밝혀… 논란 불거질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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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R&D.ⓒ연합뉴스


'더 넓은 치료기회 제공이냐, 환자 안전냐'는 조건부 허가 의약품의 딜레마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한미약품이 조건부 시판 승인을 받은 표적항암 신약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에서 증증피부이상반응이 발생, 사망사례까지 등장하면서 조건부 허가 자체에 대한 회의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조건부 허가 대상 의약품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해당 정책에 대한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마땅한 대안이 없는 환자들이 마지막 치료법으로 조건부 허가된 신약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들어 몇몇 사례만으로 치료기회를 박탈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4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의약품에 조건부 허가가 도입된 건 2000년 이전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떤 약이 가장 먼저 조건부 허가로 시판됐는지 확인하긴 어려우나 의약품 허가 규정에서 가장 오래전에 언급된 건 1999년으로 확인된다"며 "항암제 등에 먼저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조건부 허가는 환자들에게 신속한 치료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전체 3상의 임상시험단계 중에서 임상 2상 단계의 자료만으로 우선 허가하는 방식이다. 시판 후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효능 및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 3상 자료제출을 조건으로 한다.

항암제, 희귀의약품, 자가연골(피부) 세포치료제 등이 조건부 허가로 시판되는 경우가 많다.

한미약품의 올리타 역시 임상 3상을 조건으로 지난 5월 식약처의 판매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식약처가 시판 4개월 만에 중증 이상반응을 이유로 신규 환자에게 올리타 처방을 금지하는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자 조건부 신약의 '안전성' 논란에 불이 붙었다.

식약처가 지난 5월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조건부 승인 대상 의약품을 알츠하이머나 뇌경색 등으로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것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당시 식약처는 적절한 치료방법이 없는 환자의 치료제 개발을 독려하고 공중보건에 필요한 의약품을 신속하게 공급하기 위해서라는 취지를 내세웠다.

조건부 허가 의약품에 대한 의료계 안팎 의견은 분분하다.

환자를 임상 시험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과 대안이 없는 환자들에게 치료기회를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앞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은 성명을 통해 "규제 완화는 임상 시험 단계마다 통과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제약회사에는 이익이 되지만, 안전하고 효과적인 의약품으로 치료받을 권리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매우 위험하고 심각한 정책"이라며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약이 출시돼 국민안전을 위협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밝혔다.

반면 환자 단체에서는 절박한 환자들에게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항암제의 경우 임상 2상 이후 허가를 내준 뒤 3상에서 추적 관찰하는 건 세계적인 추세"라며 "항암제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기 때문에 빠른 접근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4일 오전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열고 올리타에 대한 후속 안전성 조치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