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장기화로 보장성·변액 판매 '집중'
  • 미래에셋생명이 일부 저축성보험에 시중금리를 반영해 가입범위를 조정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를두고 업계에서는 저금리기조 장기화와 새로운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해 변액보험 판매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고있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생명은 이달 들어 금리연동형 저축보험 상품인 '파워리치저축보험' 신규 가입 고객들을 대상으로 상품 만기 및 납입기간을 줄이고 의무거치기간을 늘렸다.

    기존에 가입 가능했던 4년, 5년, 7년 만기 및 100세 만기형을 삭제하고 10년, 12년, 15년, 20년, 30년 만기, 80세 만기형만 유지하기로 한 것이다. 또한 납입 후 5년의 의무거치기간을 두도록 상품을 개정했다. 보험료 완납 후 만기까지 최소 5년 이상 묶어둬야 환급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일시납 상품은 가입가능 나이를 축소했다. 10년~20년 만기 상품의 가입가능 나이는 기존 15~65세에서 15~60세로 변경됐다. 30년 만기 가입가능 나이는 60세에서 50세로 줄었고 80세 만기는 기존 65세에서 60세까지만 가입가능토록 바꿨다. 최저보험료도 기존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금리연동형 온라인 저축보험의 경우 보험가입 기간이 기존에 5년, 10년으로 구분됐지만 이달부터 5년 가입은 받지 않기로 했다. 가입나이 또한 남성기준으로 10년 납입, 10년 만기일 때 15~64세가 15~58세로 가입 가능 범위가 좁아졌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저금리기조가 이어져 보험기간이 짧을수록 고객이 돌려받는 환급금을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해 가입기간을 조정했다"며 "역마진을 최소화하기 위해 상품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짜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저축성보험의 가입기간 및 만기를 축소한 것은 시중금리를 반영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면서 운용자산이익률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의 올 상반기 운용자산이익률은 3.7%로 작년 상반기(4.1%)보다 0.4%포인트 떨어졌다. 미래에셋생명은 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시이율(금리연동형 상품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도 잇달아 인하해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금리연동형 저축보험 상품 공시이율은 2.65%로 업계 최저 수준이다. 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금리연동형 저축보험 공시이율이 2.71%다.

    저축보험 가입범위 조정은 오는 2020년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가 도입에 앞서 준비금 부담을  줄이려는 전략으로 보여진다. 국제회계기준 2단계가 도입되면 저축성보험은 회계상 부채로 인식된다. 새 회계기준에서는 부채를 시가평가하기 때문에 보험회사가 저축성보험을 판매한 만큼 보험금 지급에 대비하는 책임준비금도 늘려야 한다. 보험회사의 책임준비금 부담이 커지면 재무건전성도 악화될 우려가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부터 보장성상품과 변액 상품 위주의 판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수익성'과 '안정성'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다.

    하만덕 미래에셋생명 부회장은 올해 4월 미래에셋생명 단독 CEO로 부임한 이후 저축성보험의 비중을 더 줄이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하는 '투트랙 전략'에 집중했다. 

    그 결과 미래에셋생명의 저축성보험 연납화보험료(APE)비중은 작년 상반기 71.4%에서 올 상반기 50.2%로 21.2%포인트 감소했다. APE는 보험료를 연간기준으로 환산한 것으로 수익성을 알아보는 지표다. 보장성보험 판매에 힘입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441억원에서 올 상반기 502억원으로 13.9% 증가했다.

    하만덕 부회장은 이와 더불어 변액보험 판매도 강화하고 있다. 변액보험 연납화보험료는 지난해 상반기 650억원에서 올 상반기에 900억원으로 38.8% 증가했다. 변액보험은 보험료의 일부를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 운용하는 상품으로 회계상 특별계정에 쌓이기 때문에 국제회계기준 2단계에 적용받지 않는다. 미래에셋생명이 최근 변액보험 자산이 72.6%에 달하는 PCA생명 인수에 나선 것도 이 때문이라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