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 법·원칙 따라 엄정 대처" 노조 비가입 화물차 동참이 관건
  • ▲ 화물연대 총파업 선포.ⓒ연합뉴스
    ▲ 화물연대 총파업 선포.ⓒ연합뉴스

    철도노조 파업과 맞물려 화물연대도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함에 따라 자칫 최악의 물류대란이 우려된다.

    파업의 파급력은 화물연대 비가입 운전자의 동참 여부가 좌우할 전망이다. 정부는 화물연대의 파업 명분이 약하고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한다는 방침인 만큼 최악의 피해 상황은 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화물연대 "10일 0시부터 총파업"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화물연대) 본부는 5일 서울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토교통부가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물류자본의 이윤을 위한 화물시장 구조개악이라며 저지를 위해 오는 10일 0시부터 총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국토부가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은 1.5톤 이하 소형화물차의 증차를 규제하던 수급조절제를 폐지하고,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방지해 지입차주를 보호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화물연대는 수급조절제가 없어지면 물류 대기업이 증차를 할 수 있어 차량 물동량 감소로 화물노동자 간 경쟁이 심화할 거라고 우려한다. 화물연대는 투쟁지침에서 8일까지 화물운송 업무를 마무리하고 10일부터 화물의 상·하차를 일절 거부하겠다고 부연했다. 화물연대는 △도로법 개정을 통한 과적 단속 △화물차 수급조절제 유지 △표준운임제 법제화와 주선료 상한제 시행 △화물차 차주가 차량을 운송사업자 명의로 귀속하는 지입제 폐지 등을 요구사항으로 들었다.

    ◇정부 "법·원칙 따라 엄정 대응…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면허 취소 등"
    국토부는 철도 파업에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까지 겹치면 산업계 전반에 걸쳐 물류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보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우선 국토부는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비상수송대책본부를 구성하고 신속한 대응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불법 집단행동에 대해선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파업에 참여하는 화물운전자에게는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을 정지한다. 차량을 이용한 불법 교통·운송방해에는 운전면허를 정지 또는 취소하고, 업무개시명령에 응하지 않으면 화물운송종사자격을 취소할 계획이다. 불법행위 주동자는 처벌하고 민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기로 했다. 반면 운송 참여 차량에 대해선 고속도로 통행료를 감면하고 경찰 에스코트도 지원한다. 불법 운송방해로 말미암은 차량 파손에 대해선 정부가 전액 보상한다는 방침이다.

    물류 피해 최소화를 위해 부산항 등 주요 항만과 물류기지에 대해서도 비상수송대책을 마련한다. 화물연대의 운송방해가 예상되는 항만과 ICD, 고속도로 요금소 등에는 경찰력을 배치해 불법행위를 막는다.

    화물 수송력을 높이기 위해선 군에 위탁한 화물차량(100대)을 투입하고 자가용 트레일러(4000대) 유상운송도 즉시 허용하기로 했다.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쉬는 차량도 적극 활용해 대체 수송을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강호인 국토부 장관은 지난 3일 제38차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총회 참석을 위한 국외 출장 도중 조기 귀국해 물류상황을 점검했다. 강 장관은 귀국 직후 수도권 물류거점인 의왕 컨테이너기지(ICD)를 찾아 철도파업 현황과 대책을 보고받았다. 강 장관은 "화물연대까지 집단 운송거부에 돌입하면 국가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다"며 "국가 경제의 혈맥인 물류기능이 차질을 빚지 않게 비상수송대책 추진에 최선을 다해달라"고 당부했다.

  • ▲ 발 묶인 화물열차.ⓒ연합뉴스
    ▲ 발 묶인 화물열차.ⓒ연합뉴스

    ◇평일 수출입 물량 수송 차질 악화 불가피… 국토부 "주말 해소 가능"
    정부는 이번 파업이 정당성을 잃었다고 본다. 2001년부터 영업용 화물운전자에게 매년 1조6000억원의 유가보조금을 지원하고 있고, 2014년과 지난해 화물연대의 주장을 토대로 지입차주 권리를 강화하기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는 상황에서 파업에 나서는 것은 집단 이기주의적인 행동일 뿐이라는 견해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이 수출입 물류에 미칠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우선 전국 440만대 화물차 중 화물연대 소속은 1만4000여대로 전체의 3.1%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컨테이너를 실어나를 트레일러는 7000여대 수준이다.
    국토부 설명대로면 하루 평균 수출입 컨테이너 수송물량은 3만8000TEU쯤이다. 화물연대의 수송 비중은 33%를 차지한다. 수출입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지 않다.

    그러나 국토부는 철도 파업에 따른 수출입 컨테이너 대체수송이 화물연대 파업으로 심각하게 악화하지는 않을 거라는 견해다. 국토부는 컨테이너의 경우 철도 파업 여파로 화물차를 통해 대체수송이 필요한 물량을 하루 평균 91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로 추산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주중에는 하루 평균 455TEU쯤의 수출입 컨테이너 적체가 발생하지만, 주말에 화물열차를 투입해 해결하고 있다"며 "화물 수송이 심각하게 악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 중 400여대는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혜택을 볼 택배차량이어서 파업 참여 동력이 크지 않을 거라는 분석도 내놨다.

    관건은 화물연대에 가입하지 않은 화물차운전자의 동참 여부다. 집단 운송거부 사태가 벌어졌던 2008년의 경우 6월13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파업에 전체 화물차운전자의 71.8%가 동참하면서 수출입 화물 수송차질 등에 따른 피해액이 73억 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최고 참여율 26.4%를 기록한 2012년 파업 때는 피해액이 무역협회 추산 2억2000만 달러에 그쳤다.

    국토부 관계자는 "화물연대 비가입자의 파업 동참 여부가 중요한 변수"라며 "다만, 이번 파업이 정당성을 상실한 데다 정부가 불법행위에 대해 엄정 대처할 방침인 만큼 피해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