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병원 건립 지원·청년실업 해소 공익기금 수년째 표류노사 합의해 놓고도 올해 불통으로 사용처도 못 정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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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정감사에서 ‘제2의 미르’라며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운영이 도마 위에 올랐다.
은행연합회는 즉각 해명 자료를 내놓았지만 사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 외에도 쌓아만 놓은 공익기금이 다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은행연합회가 보유한 기금 중 소방의료센터 건립 기금과 청년실업 해소를 위한 공익기금도 수년째 묵혀있다.
소방의료센터 건립 기금은 지난 2013년 9월, 은행권 노사가 그 해 임금인상분 0.3%에 해당하는 166억원을 각각 마련해 총 332억원을 소방전문 병원 건립에 지원키로 한 사업이다.
노사 합의로 인해 기금은 마련해 놨지만 2014년 소방방재청이 국민안전처로 흡수되면서 지난해 사업이 무산됐다.
은행연합회는 이후 해당 금액을 사회공헌기금으로 돌리고 향후 다른 사용방안을 찾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새로운 사용처는 못 정하고 시간만 흘려보내고 있다.
2015년 임단협 타결로 조성된 사회공익기금도 잠들고 있긴 마찬가지다.
금융 노사는 당시 임금인상률을 2.4%로 정하고 인상분 중 0.4%를 반납해 사회양극화 및 청년실업 해소 등 사회공헌사업에 사용키로 합의했다.
은행원들이 반납해 모인 기금 규모는 약 400억원에 달한다.
두 기금 모두 은행원들의 급여가 높다는 국민들의 반감을 인식, 노사 합의 하에 일부 금액을 반납해 조성한 것이다.
공익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선 노사가 합의 후 결정해야 하지만 현재 성과연봉제로 인해 은행연합회와 금융노조는 대화조차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고임금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금융권에서 급여 반납으로 모은 기금을 사용하지 않고 묵혀두는 것은 양측 모두 이미지 손해”라며 “둘 다 성과연봉제에 눈이 먼 채 사회공헌이나 복지 등은 뒷전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현재 노사는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관리, 임금제도 등의 내용에 상반된 주장을 펼치며 좀처럼 입장 차이를 좁히지 않고 있다.
지난 11일 예정이던 산별중앙교섭도 무산됐으며, 올해 총 8번의 교섭이 시도됐지만 모두 결렬됐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소외계층이나 불우이웃 등을 돕기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해왔지만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어떤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