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결의대회 취소 후 총회 개최정부안에 표준운임제 도입 등은 빠져비조합원 참여 거의 없어 추력도 상실
  • ▲ 화물연대 도로점거.ⓒ연합뉴스
    ▲ 화물연대 도로점거.ⓒ연합뉴스

    화물연대가 19일 집단 운송거부를 철회했다.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지를 주장하며 파업에 나선 지 열흘 만이다.

    비조합 화물차운전자의 파업 동참이 거의 없는 가운데 화물업계에서조차 '정치적 파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최소한의 실리와 파업 철회를 위한 명분을 얻는 선에서 투쟁을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토교통부는 화물연대가 이날 오후 1시20분부로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민주노총 산하 전국공공운수노조는 이날 오전 예정됐던 부산 총력투쟁 결의대회를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화물연대는 애초 이날 부산 신항 일대에서 민주노총 8000여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공공운수노조 화물운송 특수고용직 노동자연대(화물연대) 본부는 오후 1시부터 부산 강서구 신항 삼거리에서 조합원 총회를 열어 정부 최종안을 설명하고 후속 대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운수노조 관계자는 총회 개최와 관련해 "정부안이 나왔으니 이를 논의하기 위해 일단 집회를 접고 총회에서 논의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18일 오후부터 (파업 철회와 관련해) 조짐이 감지됐다"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박원호 화물연대 본부장이 18일 운송화물차에 대한 교통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되는 등 안팎에서 파업 동력을 잃은 게 운송거부를 접는 계기가 된 것으로 해석한다. 경찰은 파업 기간 화물연대 관계자 86명을 연행했다.

    국토부는 화물연대 요구사항 중 과적 단속 강화와 지입차주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화물연대의 핵심 요구사항인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는 수용하지 않았다.

    국토부는 화물차 과적 단속과 관련해 도로관리부서에서도 적재중량 위반을 단속하기로 하고 관련 규정을 고치기로 했다. 법률 개정안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연내 발의할 예정이다.

    지입차주 권리 보호를 위해선 계약갱신청구권이 보장된 6년이 지나면 지입차주에게 귀책사유가 있을 때만 운송사업자가 계약 갱신을 거절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귀책사유는 관련 단체와 협의해 정하기로 했다.

    정부안에는 애초 화물연대가 요구했던 표준운임제 도입과 지입제 폐지 등은 빠졌다. 그런데도 이날 화물연대가 파업 철회 쪽으로 가닥을 잡고 총회 개최를 선택한 것은 열흘간 이어온 집단 운송거부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토부가 대형 컨테이너 운송업체를 위주로 파악한 집계에 따르면 17일 오후 10시 현재 운송 미참여자 수는 752명이다. 그러나 운송거부 첫날 1426명이던 운송 미참여자는 11일 919명, 12일 891명, 13일 573명, 14일 388명, 15일 182명, 16일 73명 등으로 계속 감소해왔다. 17일 752명은 집단 운송거부 이후 4번째로 많은 인원이지만, 첫날 집계된 인원의 52.7%에 불과하다.

    국토부 관계자는 "부산신항 대규모 집회와 월요일 물동량 감소로 말미암아 17일 운송 미참여자가 증가했지만, 물류차질은 크지 않았다"며 "무엇보다 비화물연대 운전자의 운송거부 동조 움직임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부연했다.

    설상가상 화물업계 내부에서도 화물연대의 파업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제기됐었다.

    1톤 초과 5톤 미만의 차량 1대로 사업하는 개별화물사업자의 모임인 전국개별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이하 개화연)는 지난 12일 전국 7만3000여 회원에게 보낸 서한문에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에 대해 "왜곡된 주장을 하는 정치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개화연은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는 화물운전자의 생존권과는 무관하며 같은 민주노총 산하 철도노조 파업에 힘을 실어 주기 위한 정치적 행위로 판단된다"며 "집단운송거부의 명분으로 내세운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의 내용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해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