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률 높아 수요자 금융비용 증가일부 건설사 살아남기 어렵단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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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 3년 차 직장인 한모(33세)씨는 새 아파트 분양을 위해 특별공급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결혼 당시와 달라진 아파트 분양환경에 청약여부를 고민 중이다. 

    한 씨는 "2014년 가족들이 김포한강신도시에서 무이자 중도금대출을 통해 부담 없이 새 아파트 분양을 받았다"며 "중도금 무이자는커녕 은행도 논의 중이라는 상담원 설명에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견본주택 방문객들은 집단대출 가능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모습이다. 정부가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아파트 중도금 집단대출을 조이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A건설 분양소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견본주택 방문객들은 중도금 대출 유·무이자 부분에 문의가 많았다면 올해부터는 제1·2금융권 개의치 않고 일단 중도금대출 가능여부부터 확인한다"고 말했다.

    은행권 중도금대출 기피현상의 최후는 고스란히 실수요자 부담으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9월 중 금융기관 가중평균금리'에 따르면 신규취급액 기준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전월 보다 0.1% 포인트 증가한 2.8%를 기록했다. 

    특히 높은 이자율은 물론 공공분양 조차 은행이 집단대출을 거부하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분양하는 아파트도 중도금대출 은행이 확인되지 않아 계약포기자가 다수 발행했다. 은행권은 무주택 서민에게 공급하는 아파트 조차 대출을 기피하고 있다. 실수요와 투자수요를 구분하는 별도 기준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금리가 높아지면 실수요 뿐 아니라 투자자들도 부담을 느끼게 된다"며 "분양시장 전반적으로 위기의식이 높아지고 있어 분위기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건설사들은 일반적으로  분양일정 시작과 함께 중도금대출 은행을 고객들에게 공개한다. 중도금 무이자 사업을 제외하고 상담과정에서 대략적인 이자율도 공지해 수요자가 자금계획을 세우게 끔 한다. 그러나 청약 이후에도 대출은행을 찾지 못한 사업지가 최근 들어 증가하고 있다.

    지난달 효성이 경기 의왕시에 공급한 '의왕백운밸리 효성해링턴 플레이스'는 1순위 평균 경쟁률 27.59대 1을 기록하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현재까지도 중도금대출 취급은행을 찾지 못한 상태다.

    서울에서 대형사가 분양한 일부사업지도 은행을 결정하지 못했다.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고덕 그라시움'은 중도금대출 은행을 결정하지 않고 분양일정을 소화했다. 다행히 계약 4일 만에 사업을 마무리해 중도금대출 실행 전까지 은행을 찾기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시중은행은 현금 유동성이 우수한 대형건설사 분양사업 조차도 집단대출을 꺼리고 있다. 은행권은 집단대출을 진행해도 가산금리를 높여 리스크를 최소화한다. 건설사 입장에선 1차 중도금대출 시기가 다가오면 높은 금리라도 제2금융권과 계약할 수 밖에 없다. 높은 금리는 고스란히 수요자 금융부담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자율 협상과정에서 은행권은 초기계약률 요구 등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만약 계약률이 예상보다 저조하면 은행은 이자율을 높인다. 반대로 건설사에 부담을 떠넘기기도 한다. 금리 대신 건설사가 은행에 지급해야 할 수수료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는 건설사 수익률 감소로 이어진다. 최근 분양시장 호황이 "은행 배만 부르게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B건설 분양소장은 견본주택 "방문객들은 집단대출이 제2금융권으로 결정됐다는 말에 이자율이 높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시중은행 이자율이 높아지면서 제2금융권과 차이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집단대출이 어려워질수록 중소건설사가 살아남기 어려운 구조로 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자금여력이 우수한 건설사를 제외하고는 분양사업을 쉽게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은행권들은 대형건설사의 우수한 사업지를 중심으로 선별적으로 중도금대출을 진행할 것"이라며 "중소건설사들은 상대적으로 사업성이 부족한 경우가 많아 분양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