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정 손실액 약 384억원 넘어서"재고 물량 사라진 지 오래돼"
  • ▲ 시멘트 싸이로에서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 대기 중인 BCT.ⓒ뉴데일리
    ▲ 시멘트 싸이로에서 물량을 공급받기 위해 대기 중인 BCT.ⓒ뉴데일리


    "거기 없어 빼." 수색역 인근의 한 시멘트 사일로(유통기지)에서 대기 중이던 벌크 시멘트 트럭(BCT) 운전자의 말이다. 오전에 이미 시멘트 유통기지 총 3곳 중 1곳의 물량이 바닥을 드러낸 것이다. 철도 노조 파업이 한달 넘게 지속되면서 업계의 손실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멘트 유통기지 현장의 실상은 참혹했다. 공급 부족으로 제한 출하까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3일 오전 9시 수색역 인근의 한 시멘트공장 유통기지를 방문했다. 이 곳은 철도 노조 파업 전까지 일별 출하 물량이 철도 70~80량, 시멘트 3500~4000톤이었다. 그러나 철도 노조 파업 이후 40량, 2000톤으로 줄었다. 평소 대비 50%에 불과한 수준이다. 하루 3억원에 달하던 매출은 반토막이 났다.

    시멘트업계에서 10월과 11월은 극성수기에 해당한다. 건설사들이 기온이 떨어지기 전 시멘트를 공급받아 마감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기간에 수색역 시멘트 유통기지의 출하량은 4000톤을 넘어서기도 한다.

  • ▲ 수색역 인근 시멘트 유통기지에 멈춰선 화물철도.ⓒ뉴데일리
    ▲ 수색역 인근 시멘트 유통기지에 멈춰선 화물철도.ⓒ뉴데일리


    지난 9월 27일 철도 노조의 파업이 시작된 이후 오늘로 38일째다. 이날 방문한 수색역 인근 시멘트 유통기지는 수색역과 광운대역 지역을 중심으로 서울 강북·강서의 시멘트 출하를 책임지고 있다. 수요처는 약 25곳이며, 물량의 80% 이상을 레미콘사들이 가져간다. 업계 상위 3개 업체인 유진, 삼표, 아주는 모두 이곳에서 시멘트를 공급받고 있다.

    시멘트 유통기지 관계자는 "원래 유통기지 용량은 5000톤인데 현재는 다 비어있다"며 "일요일에는 출하를 하지 않고 물량을 쌓아놓은 뒤 월요일에 남은 재고를 안고 가는데 지금은 재고를 쌓아둘 수가 없는 상황이다. 철도 노조 파업이 예고된 뒤 가수요가 발생했고, 극성수기인 탓에 수요가 더욱 늘어났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현재 이곳은 배정·제한 출하 중이다. 수요처들에 유선으로 양해를 구하고 시간을 나눠 시멘트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이렇게 하지 않으면 BCT가 길게 늘어서 교통 혼잡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특히 지방보다 수요가 더욱 많은 수도권 지역을 사수하기 위해 안동, 김해, 논산 등 지방 공장들의 물량까지 끌어다 쓰고 있다. 결국 지방으로는 화물 철도가 거의 가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필요 수요를 채우기 위해 수요처들이 직접 메인 생산공장인 단양으로 찾아가기도 하지만 철도 대비 30% 가까이 비싼 운송비를 감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 ▲ 수색역 인근의 한 시멘트 유통기지.ⓒ뉴데일리
    ▲ 수색역 인근의 한 시멘트 유통기지.ⓒ뉴데일리


    시멘트업계 뿐만 아니라 개인 BCT 운전자들도 철도 노조 파업 장기화로 피해를 보고 있다.

    시멘트 유통기지에서 물량을 다 공급받지 못하기 때문에 단양까지 장기리 운전을 해야만 한다. 주 6일을 매일 16시간씩 운전함에 따라 쌓인 피로도 누적도 상당하다. 그 만큼 사고 발생 위험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한 BCT 운전자는 "트럭 한 대를 구매하는 비용이 약 2억원"이라며 "매월 250만원씩 할부금을 갚아나가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기 위해서는 피로를 감수하고라도 장거리 운전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이날 기준 철도 노조 파업에 따른 업계 피해 규모(추정치)가 384억원을 넘어섰다고 전했다. 하루 1만5000톤 내외의 출하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찬수 한국시멘트협회 차장은 "지난해 기준 철도공사의 화물 운송 비중 가운데 40%를 차지할 정도로 시멘트업계의 철도 운송 비율은 크다"며 "철도 노조 파업의 끝은 보이지 않고, 막대한 피해는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