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경기 호황 등 실적 개선 기대에 투자 러시여전한 대내외 리스크·중소업체 저 신용등급…온기 확대는 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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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사진. ⓒ뉴데일리경제 DB
회사채를 발행한 대형건설사들이 국내 주택호조를 등에 업고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다만 이 온기가 건설시장 전체로 확산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A)은 최근 1000억원 규모 3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에서 모집물량의 3배가 넘는 38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다. 당순 청약경쟁률만 비교하면 건설사 중 최고 수준이다. 비슷한 시기 500억원을 모집한 SK건설(A-)도 850억원의 기관수요가 몰리면서 흥행에 성공했다.
이에 앞서 삼성물산(AA+)은 지난 6월 3000억원 모집에 4700억원의 유효수요를 확보했고, 현대건설(AA-)은 7월 1000억원 모집에 1900억원, 대림산업은 10월 1000억원 모집에 3740억원의 자금을 조달한 바 있다.
상반기까지만 하더라도 GS건설(3200억원), 대우건설(2500억원), 롯데건설(2000억원)의 경우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 현금으로 만기 회사채를 상환해야 했다. 주택담보대출심사 강화와 저유가 쇼크 등으로 인해 높은 금리를 제시해도 투자자들이 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실반영과 공사진행으로 해외부문 손실폭이 줄어들고 있는데다 주택경기 호황 지속으로 실적이 개선세를 나타나면서 회사채시장에 훈풍이 불기 시작했다. 해마다 돌아가면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대형건설사는 물론, 중견건설사까지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건설은 3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 증가한 2751억원으로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다. 현대산업개발도 3분기 영업이익이 1422억원으로 같은 기간 64.3% 증가했다. SK건설의 올 상반기 기준 영업이익은 1327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744억원)의 두 배에 가까운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영업이익(1530억원), 대림산업의 건축사업본부 매출(1조1318억원)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A증권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건설사들이 주택경기 회복으로 실적 호조가 기대되는데다 아웃룩(신용등급 전망)도 '긍정적'으로 신용등급 상향이 기대되면서 건설 회사채시장의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며 "특히 SK건설의 경우 지난해 일부 미매각이 발생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 발행에서는 발행예정금액을 상회해 오버부킹되는 등 실적 회복이 뒷받침되는 건설사에 대한 시장의 시각이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동일 신용등급 대비 높은 금리도 흥행에 한 몫했다는 평이다. 지난달 발행된 대림산업 3년물과 세아제강 3년물은 동일 등급과 만기임에도 발행금리가 대림산업의 경우 3.05%로, 세아제강 2.1% 보다 1%p가량 높게 책정됐다. 같은 조건이라면 당연히 더 높은 이자를 주는 상품에 투자자가 몰릴 수밖에 없는 셈.
B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건설사들의 회사채 흥행은 국내 주택 부문 호조에 따른 실적 개선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건설업이 수주산업으로서 변동성을 내재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제시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최근 회사채시장에서는 오는 12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다가오면서 그동안 발행시기를 저울질하던 기업들이 더 이상 미루지 않고 발행에 나서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행금리 조건 등을 한 두 달 전보다 높은 수준에서 금리를 결정하고 있어 이 같은 추세 역시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 같은 일부 건설사들의 회사채 흥행이 전반적인 건설 회사채시장의 투자심리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우려와 기업 구조조정 등 외부 리스크가 적지 않은 가운데 해외사업에 대한 불안감, 내년 이후 국내 주택시장에 대한 불확실성, SOC시장 규모의 축소 등 내부 리스크 역시 여전해 투자심리 회복이 요원하다는 것이다.
건설산업연구원 관계자는 "해외사업은 물론, 국내 주택시장도 내년이 올해에 못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라며 "내년 이후에도 재벌 등 대기업 중심으로만 회사채를 발행하는 양극화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대형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아 회사채시장에 참여할 수 없는 중소업체들은 정부의 대출규제 등이 더해지면서 자금 확보에 어려움이 가중돼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모습이다.
주택전문건설 C사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잘 되도 웃을 수 없는 처지"라며 "전에는 협력사인 대형사가 보증을 서주고 낮은 금리로 대출이 가능했는데, 요즘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일감이 줄어들고 있는 터라 운영자금마저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