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채에 채용전제형 인턴…채용 포기·수시채용 전환도 늘어

  • 업계 불황에 증권사들의 신입사원 채용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늘리는 사례가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일정 기간 인턴생활 후 최종 정규직 채용을 결정하는 채용전제형 인턴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는 사례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예 공채를 포기하고 필요할 때마다 입맛에 맞는 인력을 선발하는 수시채용이 자리잡아 증권업계 진출을 꿈꾸는 취업준비생들의 선택의 폭이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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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20개 증권사가 올들어 공개채용했거나 채용 예정인 신입사원은 채용전제형 인턴을 포함해 최소 490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전체 채용 인원 441명에 비하면 10% 가량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업계는 증시가 지난해 상반기 반짝 호황 이후 주춤해 영향을 받은데다, 그동안 잇따라 희망퇴직, 지점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어 신입사원 채용 규모도 크게 늘릴 수 없는 것으로 분석된다.

    일부 증권사들이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을 소폭 늘리기도 했지만 이는 기업금융(IB) 확대 등을 고민하는 일부 대형사에 한해서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24명의 신입사원을 선발했다. 지난해에는 채용이 없었지만, 올해는 연말에 미래에셋대우와의 통합으로 덩치가 커지는데도 새로 인력을 충원한 것이다.

    미래에셋대우도 30~40명을 선발할 계획으로 현재 면접 진행중인 것을 감안하면 두 회사를 합쳐 최소 54명 이상의 신입사원을 새로 들이는 셈이다. 두 회사는 올 연말 통합 이후  IB사업 확대, 초대형 복합점포 개설 등을 계획하고 있어 이같은 점이 신입 공채에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보다 20명 정도 더 늘린 100여명을 선발할 계획으로 현재 2차 면접전형을 진행중이다.

    공채를 고집하는 대신 비용 감축이 가능한 채용전제형 인턴을 선발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채용전제형 인턴을 선발한 곳은 유안타증권 1곳 뿐이었지만 올해는 3곳으로 늘었다.

    채용전제형 인턴은 몇달간의 인턴 생활 후 최종 채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인턴으로서 자사와 맞는지 신입사원을 가늠해보고 최종 선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어 비용 감축에 도움이 된다.

    현대증권은 2014년 비상경영체제로 2015년 채용이 없었으나 올해는 채용전제형 인턴을 선발했다.현대증권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2014년은 비상경영체제로 이듬해 채용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정규직 공채를 진행했던 유진투자증권은 올해 처음으로 채용전제형 인턴 31명을 선발했다.

    유안타증권은 올해도 채용전제형 인턴을 뽑았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연 1~2회 채용전제형 인턴을 선발하고 있으며, 올 상반기에 선발한 10~20명이 아직 인턴으로 근무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구직자들 입장에서는 그나마 채용전제형 인턴이라도 뽑으면 다행이지만, 일부 증권사 중에는 올해 신입사원 선발을 아예 하지 않는 사례도 꽤 된다.

    과거 우리투자증권과 합쳐져 덩치가 큰 NH투자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종금증권, 하나금융투자, HMC투자증권, KB증권 등 5곳은 올해 공채를 하지 않기로 했다. 

    대부분은 비용 부담이 있는 공채 대신 필요할 때마다 수시채용으로 인력을 뽑겠다는 의도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하나금융지주 계열사 공채시 자사도 함께 공채를 해왔는데, 올 하반기에는 내부사정상 공채를 안하기로 했다"며 "필요한 인력은 수시로 채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필요할 때 신입이라도 수시채용을 하는 편"이라며 "신입사원 공채는 최근 3~4년간 진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HMC투자증권은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신입사원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