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서울 "돗토리현서 발생한 지진, 여행에 무리없다" 판단소비자 "지진 발생 위험지역에 소비자 몰아세우는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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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서울의 인색한 웨이버에 소비자들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최근 일본 돗토리현에서 리히터규모(M) 6.6의 강진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예매 취소자들에게 수수료를 부과했기 때문이다. 웨이버란 천재지변 등 여행 일정을 수행하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항공사가 수수료 없이 예매를 취소해주는 제도를 말한다.

    1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일본 돗토리현에서 리히터규모 6.6의 강진이 발생했다. 이번 지진으로 돗토리현 내 10개 시정촌의 건물 346채가 천장이 무너지거나 벽에 금이 가는 등의 피해를 입었다. 수도관 파열로 구라요시시에서만 100가구 정도에 수돗물 공급이 끊겼다. 지진에 따른 부상자 수는 16명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돗토리현 지역을 단독 취항하고 있는 에어서울의 요나고 노선에서는 사흘 간 총 100명의 취소자가 발생했다. 이들은 천재지변으로 여행을 가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 예매 취소를 요구했지만 에어서울은 예매 취소자를 대상으로 일괄적으로 10%의 취소수수료를 부과하면서 갈등은 시작됐다.

    에어서울 측은 규정에 따라 부과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에어서울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천재지변일 경우 취소 수수료 미부과에 대한 규정은 있지만, 당시 돗토리현 지진으로는 사망자가 없었다"며 "현지 모니터링 결과 관광 인프라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취소 수수료 역시 기존 일반 규정절차대로 진행이 됐다"고 설명했다.

    규정상 천재지변 발생 시 환불 수수료 없이 취소해 주게 돼 있지만, 이번 지진은 그 경우에 해당하지 않다는 얘기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강진이 발생한 만큼, 업체가 자율적으로 취소 손해액을 분담했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

    예매 취소자 A씨는 "에어서울 고객센터에서는 이번 지진으로 예매를 취소한 고객 전원에게 취소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라며 "소비자의 안전을 생각하는 항공사라고 생각했지만 수익성에만 급급한 모습이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A씨는 1주일 내에 최대 규모 리히터 6 정도의 지진이 다시 발생할 것이란 일본 기상청의 전망과 지진 이후 여진 횟수만 190여 회에 이르는 상황에서 여행을 계획대로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게다가 국내 언론사들이 전한 문화재 유실 등 돗토리현 지진 피해 상황은 그의 불안감을 가중시켰다.

    그는 "아내와 딸 이렇게 셋이 여행을 계획했는데, 가족들을 강진 발생 확률이 있다는 지역으로 도저히 데려갈 수 없었다"라면서 "가장이 어떻게 가족을 사지에 내몰 수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과 비교되는 에어서울의 웨이버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A씨는 "미리 예매 해놓은 일본 돗토리현 박물관 쪽에서는 지진으로 인한 취소 사유를 인정, 대금 10만7500원(3명분)의 10% 미부과를 받아들여 주겠다고 했다"라며 "반면 지진위험을 감수하게 끔 소비자의 행동을 강제하게 하는 에어서울의 웨이버 정책에 대한 인색함이 야박하다"고 토로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그가 피해를 본 경제적 손실은 21만원(1인당 항공사 직접 예약고객은 6만원, 여행사 등은 7만원 이상)이다. 적은 액수일 수도 있지만 A씨는 하루아침에 날린 생돈에 억울하고 막막한 심정이라고 했다.

    이와 관련, 에어서울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 분들의 불안감을 배려해 더욱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 매번 재현되는 갈등…구체적인 법제정 필요

    사실 이는 에어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진 발생 지역에 대해 항공사와 소비자 양측 간 판단이 상이하기 때문에 업계에서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갈등 사례로 꼽힌다. 따라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관련 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행법을 살펴보면 민법 제674조의 3에 따라 여행자는 여행을 시작하기 전에는 언제든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지만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 이때 상대방에게 발생한 손해는 여행자의 계약을 믿고 상대방이 계약이행에 나섰다가 입은 손해를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항공권 예약·취소수수료 등이 있다.

    다만 상식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고, 여행계약을 정상적으로 달성할 수 없을 것이 예상되는 경우 여행객이 여행계약을 해제한다고 해도 이때의 해제는 여행객의 귀책사유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상식적으로 무리가 있는 것으로 판단'이라는 문장이 추상적인데다 개개인마다 체감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업체와 소비자 간 판단 오차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로 인해 매번 갈등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배진석 변호사(법무법인 나루)는 "현재까지 항공사에서 정상적으로 항공편을 띄울 거니까 웨이보를 못해준다고 나오면 사실상 다툴 방법이 없다"라며 "소비자 권익을 위해 관련 법조항을 계속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결국 '천재지변 등으로 여행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경우 여행자가 손해배상액을 지급하지 하고 이 여행계약을 해제할 수 있습니다'라는 여행약관상의 규정은 항공사의 판단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국 소비자원 관계자는 "환불규정이라는 것은 각 업체의 결정에 따라 바뀔 수 있으며 항공사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보면 된다"며 "소비자의 권익을 위해 진도 몇 이상까지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구체적인 수치와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