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청 "지금보다 좁은 땅, 예산들여 못 가"
  • ▲ 인천시가 루원시티 개발사업의 본격 추진을 위해 교육청와 이전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사업정상화 체결식에 참여한 유정복 인천시장) ⓒ 연합뉴스
    ▲ 인천시가 루원시티 개발사업의 본격 추진을 위해 교육청와 이전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사업정상화 체결식에 참여한 유정복 인천시장) ⓒ 연합뉴스



    인천시가 시 교육청을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루원시티 개발사업'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시와 교육청 간 입장이 팽팽하다.

    17일 인천시는 서구 루원시티 개발사업을 본격 시행함에 따라 교육청과 이전 협상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유정복 시장은 '인천시청 신청사 건립 계획' 관련 기자회견을 가지고 현재 시청 옆에 있는 교육청을 루원시티로 이전한 뒤 해당 부지에 시청 신청사를 짓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시 측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교육청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교육청 관계자는 "시에서 발표한 루원시티 개발계획에 교육청 이전이 포함돼 있지만 사전에 논의된 것이 전혀 없다"면서 "시에서 제시한 조건을 검토해 봐도 루원시티로의 이전을 승낙해야 할 타당성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교육청에 따르면 루원시티로 교육청을 이전할 시 현재 구월동 교육청 부지보다 좁은 면적을 활용해야 한다. 현 구월동 교육청 부지는 2만171평(약 6만6680㎡)인데 비해 시로부터 제안 받은 루원시티 부지는 1만4천평(약 4만6280㎡)이다. 면적뿐 아니라 루원시티 이전 시 포기해야 하는 도심·대중교통 접근성을 따져봤을 때도 '손해'라는 것이 교육청의 입장이다.

    인천시는 교육청 이전 시 이전비용과 신청사 건립비용 등에 총 1천억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청은 신청사 건립비용과 이전비용 일부를 현 교육청 부지 매각금으로 충당해야 한다는 것도 불편한 기색이다. 시는 교육청 부지 매각금인 450억원으로 비용을 일부 충당하고 나머지 550억원은 인천시 공유재산인 서구 인재개발원 부지를 매각해 부담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 관계자는 "좁아진 부지로 이전하라는 것도 받아들일 수 없지만 현재까지 시측에서 이전비용 등을 모두 지원하겠다는 확답도 받지 못한 상태다. 특히 시 소유가 아닌 교육청 부지를 팔아 이전 비용의 일부로 쓰라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며 "현재 시 부채 문제로 긴축재정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큰 비용을 들여가며 이전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시청과 교육청은 독립된 기관임에도 교육청을 하급기관처럼 여겨 일방적으로 계획을 발표한 것도 불쾌하다"면서 "교육가족과 시민 의견 수렴도 충분하지 않아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 제집 넓히겠다고 갑자기 이웃집에 이사 가라는 상황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시 측의 일방적인 통보에 교육청이 반발하고 나서자 지역 정치권도 교육청 편에 섰다.


    신은호 시의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은 "교육청을 하급기관으로 취급하는듯한 시의 일방적인 통보는 비상식적이며 예의를 갖추지 않은 행위"라며 "실무 협의 없이 발표한 시의 일방적인 주장은 타당성이 없으며 그런 태도에 대응할 필요성도 못 느낀다"고 비판했다.

    교육청의 완강한 태도에도 인천시는 협상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청이 루원시티로 이전해 신청사로 입주할 시 현재보다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다는 것이 시의 주장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현재 교육청 청사에서 겪고 있는 주차난 문제 등을 지하주차장 조성을 통해 해결할 수 있을 것" 이라며 "그동안 협상할 기회가 부족해 교육청에 상황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신청사 이전 시 얻을 수 있는 긍정적 효과를 교육청에 제시해 의견을 절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시가 추진 중인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인천 서북부 원도심인 가정오거리 일대에 주거·상업·행정 기능을 갖춘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규모는 2조8천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