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주요은행 중국법인 현지 인력 비율 92% 육박위안화 평가절하로 환리스크 발생, 실적 곤두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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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중국 시장을 블루오션 삼아 공격적으로 진출하던 시중은행들의 발걸음이 멈췄다. 현지 인력 비중을 크게 늘려 외국계 은행 색깔은 지웠지만, 위안화 절하 리스크로 잦은 실적 부침을 겪으면서 절반의 성공만 거뒀다는 평가다. 

    ◆주요 시중은행, 중국법인 현지 인력 비중 92%…현지화 '성공적'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신한·국민·KEB하나은행의 중국 법인 총 직원 중 중국 현지 직원이 차지하는 비율이 약 92%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주요 은행 가운데 현지 인력이 가장 많은 곳은 KEB하나은행이다. 한국 직원은 33명에 불과하지만 중국 직원 규모는 815명을 차지하며 현지화에 부단한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은행 지점장을 대부분 중국인으로 채용하고, 행내 중국인 직원 비중도 최대 95%까지 끌어올려 중국 시중은행과 비슷하게 영업을 진행 중이다.

    KEB하나은행은 최종적으로 중국유한공사 법인장 자리도 현지인으로 교체하고 확실하게 뿌리를 내리겠다는 계획을 세운 상태다.   

    우리, 신한, 국민은행 중국법인 역시 현지인 비중이 국내 직원보다 훨씬 큰 편이다. 현지 인력 위주로 영업조직을 구축해 현지 고객과 기업 유치에 공들이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부분의 은행들이 중국 내 덩치 키우기에는 속도 조절에 들어갔다. 옛 외환은행의 중국법인과 합병을 통해 가장 많은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 KEB하나은행을 제외하고 나머지 은행들의 중국 내 영업점수는 크게 늘지 않았다. 

    우리은행의 중국 영업점 수는 2014년 16개에서 올해 21개로 소폭 늘어났고, 같은 기간 신한은행과 국민은행은 비슷한 규모를 유지 중이다. 지난 2007년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을 필두로 시중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중국 내 영업망을 넓히던 것과는 사뭇 다른 행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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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금융 정책 따른 환리스크로 중국법인 실적 '들쑥날쑥'  

올해 국내 은행들의 중국법인들은 전년보다 훨씬 개선된 성적표를 공개했다.

지난 9월 기준 우리은행이 298억원, KEB하나은행이 168억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선방했다. 특히 국민은행은 우량 대출 자산을 크게 늘리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마음 편히 웃지 못하고 있다. 중국 법인 실적이 일정한 흐름을 유지하지 않고 들쑥날쑥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 88억원의 수익을 냈던 우리은행 중국법인의 실적은 지난해 10억원으로 급감했고, 국민은행도 지난해 84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신한은행도 2014년 168억원, 2015년 120억원, 올해 3분기 기준 50억원으로 순이익이 하락 곡선을 그리는 상황이다. 그나마 KEB하나은행만이 유일하게 상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은행들은 잦은 실적 부침의 원인으로 중국 금융 당국의 정책에 따른 '환리스크' 를 꼽는다.

2014년 중국 정부가 11월 6%였던 기준금리를 여섯차례 인하해 4.25%까지 끌어내리면서 중국 법인들이 지난해 실적 악화의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환차손으로 자산재평가 손실이 반영되면서 순이익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회계처리기준 통화로 달러화를 사용해 큰 피해를 입었던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올해부터 기준통화를 위안화로 바꿔 손실을 만회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국 법인을 둔 은행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 금융시장의 불안정성이 확대되면서 위험부담은 점점 커지고 있지만, 중국 경제가 되살아날 수 있다는 기대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국법인은 영업력보다 환리스크 영향이 커 실적 변동이 큰 편"이라며 "지금은 위안화를 기준 통화로 바꾸고 안정적인 실적을 내고 있지만 강달러 기조가 형성되면 또다시 실적이 흔들릴 수 있다. 해외 법인은 단기적인 성과를 기대하기보다 중장기적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종범 국민은행 중국법인장은 "중국 경제에 곧 위기가 닥칠 것이라고 보는 일부 비관적인 외부 시각도 있지만 중국 경제가 크게 취약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 이익 개선 등 실물경제의 긍정적인 신호도 감지되고 있는 만큼 우량한 중국계 고객을 발굴해 중국 시장을 선점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