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사업계획 수립 등 경영활동 차질 대내외적 기업 이미지·신뢰도 하락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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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수들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줄줄이 채택, 재계 분위기가 암울하다. 검찰 조사에 이어 청문회 증인, 향후 진행될 특검까지 총수들의 수난이 예고돼 있기 때문이다. 국내외 경영여건이 악화돼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심혈을 기울여야할 시점에 총수들의 부재는 경영 차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정치가 또 한번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재계의 우려가 크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대기업 총수들이 무더기로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되면서 올 한해를 정리하고 내년 사업 계획을 짜야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가 비효율적으로 낭비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대기업들은 경영 차질 및 대내외적 이미지 및 신뢰도 하락에 대한 걱정이 앞서고 있다.

     

    A대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어려운데 가장 바쁜 연말에 총수들을 자꾸 불러내면 정상적인 경영활동에 차질이 생길 수 밖에 없다”며 “이미 참고인 자격으로 검찰조사도 받았는데, 청문회 증인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B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에 대한 무차별적인 의혹제기와 망신주기식 여론재판을 통해 기업이 죄가 있는 것처럼 몰아가진 않을지 걱정스럽다”며 “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국내외에서의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데 그룹 총수들이 청문회에 불려다니면 이미지 타격을 받지 않을까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C대기업 관계자는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야 하는데 잘못된 정치로 인해 경제에 불똥이 튀는 형국이어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세를 최대한 낮추며 조심스러운 행보를 보이는 곳도 있다.

     

    D대기업 관계자는 “여러가지 의혹들이 제기된 것에 대해 성실히 조사에 임하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E대기업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특검도 예정된 만큼 드릴 말씀이 없다"고 짧게 말했다.

     

    특히 청문회 출석 여부를 놓고서는 의견이 갈리는 분위기다.

     

    B대기업 관계자는 “독대했던 총수들이 모두 증인으로 채택됐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를 대고 출석하지 않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총수들도 대부분 증인으로 출석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상황을 지켜보며 판단하겠다는 곳도 있다.

     

    F대기업 관계자는 “특별하게 참석한다 안한다를 말한 단계가 아니다”라며 고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G대기업 관계자는 “증인출석 여부를 놓고 여야 협의는 됐지만 세부 내용 등  최종 결정이 된 사항은 아니다”라며 “아직 출석 통보가 온 상황도 아니어서, 현재 출석여부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만큼 기업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울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분위기에 따라 총수들의 참석 여부가 결정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지난 21일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최순실 게이트 진상 규명을 위해 8대그룹 총수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이들 8대그룹 총수는 지난해 7월24일 전후로 박근혜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갖고,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금을 냈다.

     

    증인으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 포함됐다. 여기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도 함께 증인으로 채택됐다.

     

    다음달 5일과 6일에 각각 1·2차 청문회가 진행되고, 같은 달 13일과 14일에 3·4차 청문회가 열린다. 재계 총수들은 5일 청문회에 증인으로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