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여건 고려 않고 정치적으로만 접근해서는 안돼”“기업들에게 손쉽게 세원 충당하려는 구시대적 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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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뜩이나 경제상황도 좋지 않은데 법인세까지 올리면 기업들은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경제를 살리겠다는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됩니다. 지금 내년도 사업 계획을 짜고 있는데 벌써부터 걱정입니다.”

     

    24일 법인세 인상을 놓고 정치권에서 치열한 논쟁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대기업 관계자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국내외 경제 측면에서 여러가지 악재들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국내 기업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역행하는 정책이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체감하는 현재의 경기 상황을 감안할 때 법인세 인상은 국가경제에 미칠 악영향과 파급효과가 엄청나다.

     

    우선 기업들은 법인세 인상에 따른 세금 부담이 생기게 된다. 무엇보다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 투자 위축은 일자리창출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는 설명이다.

     

    A대기업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법인세를 낮추고 있는데 왜 국내에서 인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지 그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기업들이 느끼는 실물경기의 어려움은 더욱 커지고 있어 법인세 인상은 이중고가 될 수 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B대기업 관계자는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들은 그만큼 투자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며 “ 투자가 이뤄지지 않으면 지역경제는 물론 일자리창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투자 위축은 물론 해외에서 국내에 투자하려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C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투자는 크게 수요, 노사문제, 인센티브 혜택 등 여러가지 문제들을 고려해서 이뤄지는데 노조의 파업에 이어 법인세까지 인상되면 해외기업들이 국내에 투자할 가능성은 더욱 줄어들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세수 부족을 기업들에게 억지로 떠넘기는 것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D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이 잘 되면 자연스럽게 세금이 많이 걷히게 될텐데, 억지로 세금을 더 걷으려고 하면 탈세 등 불법이나 편법이 기승을 부릴 수도 있다”며 “정치적인 접근보다는 경제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대기업 관계자는 “세수 부족을 기업들에게 전가해 손쉽게 충원하려는 구시대적인 발상”이라며 “경제활성화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세 정책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인세 인상을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는 기업들 부담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F대기업 관계자는 “사회적 분위기와 기업들간 온도 차이가 큰 것 같다”며 “정치권에서 잘 조율해서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세 전문가들도 법인세 인상이 가져올 후폭풍을 경고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조세 정책은 경제 정책의 방향성을 알려주는 시그널”이라며 “법인세가 인상되면 기업들의 투자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법인세를 인상하면 기업들은 이를 상쇄 또는 회피하기 방법들을 찾게 되고, 결과적으로 법인세 인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사라지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김 교수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쉬운 방법이 투자와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줄이고, 고용도 늘리지 않는 것”이라며 “제품 가격을 올릴 수도 있고, 투자지역을 해외로 바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결국 국가경제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 기업들 입장에서도 한국은 손쉽게 세수를 충당하는 정책을 펴는 국가로 낙인찍히게 돼 장기적인 투자 대상에서 제외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안종석 조세재정연구원 박사는 “해외에서도 지속적으로 법인세를 낮추고 있다”며 “한국만 법인세를 올리면 투자가 줄고, 해외기업들의 국내 투자도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러가지 상황으로 볼 때 법인세를 올려야 할 만큼 급박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써는 법인세 인상을 추진할 시기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OECD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이스라엘, 노르웨이 등 9개국이 지난해 법인세를 낮추거나 인하 계획을 발표했다. 일본은 법인세를 9.6%p 낮췄고, 영국도 8%p를 인하했다.

     

    한편,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은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 7의 리콜 및 판매중단으로 7조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초래했다. 재계 2위인 현대차도 노조의 장기간 파업으로 3조1000억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했고, 엔진 결함으로 미국 및 국내에서 대규모 리콜 및 보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내 1·2위 기업들의 고전은 내년도 한국경제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진해운은 사실상 청산 수순에 들어가는 등 해운업계는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고, 조선업도 수주절벽과 대우조선해양의 부실로 세계 1위의 명성이 퇴색됐다.

     

    한국경제의 원동력이던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 인상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