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한정판 상품, 소비 심리 자극…제품 홍보 목적 본질 흐려 '주객전도'인기 상품, 인터넷서 최대 10배 이상 가격에 거래"캐릭터 한정판 의존보다 제품 자체 경쟁력 키워야" 지적
  • ▲ 크래프트홀릭 쿠션 프로모션. ⓒ던킨도너츠
    ▲ 크래프트홀릭 쿠션 프로모션. ⓒ던킨도너츠

    유통업계가 앞다퉈 선보이는 한정판 아이템이 소비자에게 다양한 선택권과 재미를 주는 것을 넘어 도를 넘은 상술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많은 업체들이 자사 제품을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하면 유명 인기 캐릭터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거나 덤으로 주고 있는데, 이벤트 상품을 타기 위해 불필요한 소비를 조장하고 일부 상품은 웃돈이 붙어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등 제품 홍보를 위한 이벤트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 ▲ 스타벅스 핑크 다이어리 판매 가격. ⓒ네이버쇼핑 캡처화면
    ▲ 스타벅스 핑크 다이어리 판매 가격. ⓒ네이버쇼핑 캡처화면

    매년 '대란'이 반복되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는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한정판 마케팅으로 꼽힌다. 10월 말부터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이벤트를 진행하는데다 인기 색상은 금세 품절 돼 마니아를 중심으로 매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는 크리스마스 시즌 음료 3잔을 포함해 총 17잔의 음료를 구매해야한다. 최소 비용으로 받기 위해서는 계절음료 숏사이즈(5100원) 3잔과 에스프레소 (3600원) 14잔을 마셔야 하기 때문에 6만5700원이 필요하다.

    기본 색상인 블랙과 레드는 3만2500원에 다이어리만 따로 구매할 수 있지만 인기 색상인 핑크와 민트는 개별 구매가 불가능하다. 때문에 인터넷 중고카페나 쇼핑몰에서는 웃돈을 붙여 인기 색상 다이어리를 판매하는 사례가 넘쳐나고 있다.

    올해 인기 색상으로 꼽힌 핑크와 민트 다이어리는 인터넷 상에서 최대 8만8000원까지 가격이 치솟는 등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타벅스의 골드 회원인 직장인 김현정 씨(33세·여)는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받기 위해서 꼭 마셔야만 하는 크리스마스 음료는 가격도 비싸고 너무 달아서 울며 겨자먹기로 억지로 마셨다"면서 "다이어리는 꼭 받고 싶은데 크리스마스 음료가 너무 마시기 싫어서 한 번은 토피넛 크런치 라떼를 주문하면서 토피넛이랑 크런치, 생크림, 시럽을 다 빼달라고 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스타벅스 마니아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음료 3종은 다이어리를 받기 위한 최종 관문이라는 농담까지 돌고 있다"면서 "매년 다이어리 시즌만 되면 스타벅스가 다이어리를 팔기 위해 커피를 끼워 파는게 아닌지 헷갈린다"고 지적했다.

  • ▲ 배스킨라빈스 핑크팬더 담요 중고거래 판매 가격. ⓒ네이버 카페 캡처화면
    ▲ 배스킨라빈스 핑크팬더 담요 중고거래 판매 가격. ⓒ네이버 카페 캡처화면


    아이스크림 전문점 배스킨라빈스도 캐릭터를 활용한 마케팅을 꾸준히 펼치고 있다. 그간 스누피, 카카오프렌즈, 마블, 라인프렌즈 등 인기 캐릭터를 프로모션 상품으로 선보여 완판 행렬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쿼터 사이즈(1만3500원) 사이즈 이상 제품 구입시 핑크팬더 담요를 3000원에 한정 판매하는 행사를 진행했다. 이 제품은 행사 당일부터 전 매장에서 품귀 현상을 빚으며 현재 중고나라에서 원래 가격의 10배 수준인 3만원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배스킨라빈스는 주기적으로 이같은 캐릭터 제품 한정판매를 진행하는데, 해당 제품은 모바일 교환권 결제시 차액은 환불 해주지 않으면 타 쿠폰 및 타 행사, 제휴할인 등의 중복적용도 허용하지 않아 '상술이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 ▲ 크래프트홀릭 쿠션 제품 판매 가격. ⓒ네이버쇼핑 캡처 화면
    ▲ 크래프트홀릭 쿠션 제품 판매 가격. ⓒ네이버쇼핑 캡처 화면


    던킨도너츠도 무민, 가스파드&리사, 태권브이 피규어, 스머프 등 인기 캐릭터를 접목한 한정판 제품을 프로모션 행사로 꾸준히 판매하고 있다.

    최근 크리스마스 시즌을 맞아 오는 25일부터 던킨도너츠 제품 1만2000원 이상 구매 시 '크래프트홀릭 쿠션' 1종을 4900원에 판매하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크래프트홀릭 쿠션'이 1만7300원에서 2만원대에 판매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쿠션을 사면 던킨도너츠를 공짜로 받는 셈.


  • ▲ 빙그레 '옐로우 카페' 바나나맛우유 열쇠고리 판매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알림판. ⓒ정상윤 기자
    ▲ 빙그레 '옐로우 카페' 바나나맛우유 열쇠고리 판매가 종료됐음을 알리는 알림판. ⓒ정상윤 기자

    빙그레가 안테나숍 '옐로우카페'에서 선보인 '바나나맛우유 열쇠고리' 일명 '뚱바키링'은 일일 한정판매 마케팅으로 대박을 터뜨렸다.

    오픈 시간 전부터 '뚱바 키링'을 사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서는가 하면 지방과 해외에서까지 고객들이 찾아오는 등 뜨거운 인기를 얻었다.

    당초 일 200개씩 한정판매하다가 물량을 늘려 평일 600개, 주말 1000개씩 판매하고 있지만 오픈 30분도 채 안돼 하루 한정 물량이 동나면서 헛걸음을 하는 고객들의 볼멘 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빙그레 측은 당장 물량 확대는 어렵다는 입장이지만 일부에서는 "물량 부족은 핑계같고 하루 판매량을 한정해 소비자들의 구매 심리를 자극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원조 캐릭터 한정판 마케팅으로 유명한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는 매월 새로운 장난감을 선보이는 가운데 과거 몇몇 고객은 증정 장난감만 받고 햄버거는 버리고 간다는 글이 올라와 논란을 빚었다. 또 해피밀 세트가 어린이들의 소비 심리를 자극하는 미끼 상품이라는 지적도 계속되고 있다.

    롯데리아와 KFC, 버거킹 등 다른 패스트푸드 전문점도 헬로키티, 원피스, 또봇, 카카오프렌즈를 활용한 캐릭터 한정판 마케팅을 비슷하게 펼치고 있다.

  • ▲ 처음처럼 스티키몬스터랩 한정판 제품 이미지. ⓒ롯데주류
    ▲ 처음처럼 스티키몬스터랩 한정판 제품 이미지. ⓒ롯데주류


    주류 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롯데주류는 지난해 말 스티키몬스터랩과의 컬래버레이션 한정판 상품 '처음처럼X스티키몬스터랩'을 선보인 후 순식간에 인기 상품으로 떠오르자 곧이어 '순하리X스티키몬스터랩'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출시하고 판매에 나서 빈축을 샀다.

    '처음처럼X스티키몬스터랩'은 한정판 제품이라는 메리트 때문에 인터넷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한때 최고 16만원대까지 판매됐지만 이후 롯데주류가 '순하리X스티키몬스터랩'을 판매하자 소비자들은 "한정판이라 웃돈을 주고 비싸게 샀는데 또 한정판이 나와 허무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 모델 아이유와 '하이트' 모델 송중기를 패키지로 만든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는가 하면 주류업계 최초로 엔터테인먼트 그룹 'SM'과 손잡고 '소녀시대·동방신기·샤이니' 한정판 맥주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코카콜라는 지난 1928년부터 매년 올림픽을 공식 후원해오면서 올림픽이 열리는 해마다 한정판을 선보이고 있다. 올해는 리우 올림픽을 기념해 한정판으로 골드 에디션을 선보였으며 이 밖에도 성조기, 폴라베어, 산타클로스 등 시즌 및 트렌드에 발맞춘 한정판 제품을 계속해서 내놓으면서 한정판 마니아들의 수집욕을 자극하고 있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식음료 업체들이 너도나도 캐릭터 한정판 마케팅을 펼치면서 카카오프렌즈나 라인프렌즈, 핑크팬더, 헬로키티같이 인기 있는 캐릭터를 겹쳐 사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면서 "자칫 브랜드 이미지를 흐릴 수 있는데도 이벤트 상품 반응이 워낙 좋다보니 캐릭터 의존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인기 캐릭터를 활용하는 것에만 집중해 그 이벤트를 하는 진짜 목적에 대한 본질은 흐려지고 있는 것 같다"면서 "이벤트를 할때만 반짝 매출이 높아진다면 이벤트를 늘리기보다 제품 자체에 대한 경쟁력이 부족한 것은 아닌지 업체 스스로 깊이 고민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