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캐릭터 이용 한정품, 소비자 구매심리 부추겨…로열티 비용은 구매자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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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업계에서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하는 ‘한정판 마케팅’ 열풍이 뜨겁다.
국내제약사부터 다국적 제약사까지 유명 캐릭터‧디자인 브랜드와 협업한 제품을 선보이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실제로 약국을 방문하면 계산대 부근에 인기캐릭터 ‘뽀로로’ 이미지가 담긴 비타민 캔디 등을 판매한다. 부모가 약 값을 계산할 때 아이들이 사 달라고 조르는 경우를 쉽게 목격할 수 있다.
3살 아이를 둔 주부 이모씨는 “아이가 약국에서 뽀로로 비타민 캔디를 보더니 바닥에 주저앉아 사달라고 떼를 썼다”며 “비타민 캔디 500개 가격이 2만5000원이라 부담스러웠지만 아픈 아이가 원하니 사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비타민 함량이나 제조 원가 등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캐릭터가 그려져 있지 않은 타사 비타민 캔디의 가격이 만원에서 1만4000원 사이인 것을 감안하건대 큰 차이를 보인다.
상처 밴드도 캐릭터 유무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아이언맨‧토르 등 마블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은 1500원 선, 일반 제품은 900원~1000원대다.
소비자가 1000원에 판매 중이던 캐릭터 제품과 일반 제품을 비교해봤더니 캐릭터 제품은 18개입, 일반 제품은 20개입인 것을 확인했다.
한 약사는 기자의 취재에 “같은 가격이어도 캐릭터 유무에 따라 밴드 갯수가 다르다는 사실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일부 제약사의 경우, 패키지 리뉴얼에 쓰이는 로열티 비용을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기자는 서울 서대문구·중구·종로구 일대 약국 세 곳을 선정해 한정판과 일반제품 가격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약국마다 동일한 의약품이여도 판매가가 천차만별인 것과 대부분 캐릭터가 들어간 한정판 패키지가 더 비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약국 관계자는 “약국마다 구입가가 다르다 보니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가격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며 “특히 유명 캐릭터 등이 접목된 한정품의 경우, 가격에 비교적 민감하지 않은 20·30대 젊은 층이 선호하다보니 높은 가격으로 내놓는 편”이라고 말했다.
동화약품은 올해 창립 119주년을 맞아 유명 캐릭터 ‘카카오프렌즈’와 손잡고 한정판 활명수 제품을 선보였다.
카카오프렌즈에 친숙함을 느끼는 젊은 세대에서 좋은 반응을 보여 일부 약국에서는 품절사태를 보이고 있어 고객상담실이나 동화약품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 중인 약국을 확인해야 한다.
한정판 활명수와 일반 활명수는 같은 성분으로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패키지에 따라 2배 이상의 가격 차이를 보이는 사실을 확인했다. 두 제품 간 주요 성분은 같지만 탄산 등 성분 2~3개의 배합이 다르다.
한정판에 들어 있는 활명수 용량은 450㎖로 세 약국 모두 만원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일반(75㎖) 800~1000원대다. 즉 일반 활명수는 1㎖당 10.6~13.3원이지만 한정판 활명수는 1㎖당 22.2원으로 109.4% 차이를 보인다.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반 활명수와 한정판 활명수는 용량 차이가 있어 직접 비교는 어렵다”며 “20·30대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젊은 마케팅’을 펼치다보니 가격이 비싸게 책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먼디파마는 한정판은 아니지만 상처 관리를 두려워하는 어린이에게 보다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기 위해 쿵푸팬더‧슈렉 등 인기캐릭터를 이용한 습윤밴드 ‘메디폼’을 판매한다.
그러나 쿵푸팬더‧슈렉이 그려진 제품(주니어 H)과 일반 제품의 가격차가 최대 40.90%난다.
기자가 방문한 약국 중 한 곳을 제외한 두 곳에서 주니어 H의 가격은 9000~1만1000원대인 반면, 일반 메디폼은 6500~7000원 수준이었다.
약국 관계자는 “어린이들은 일반 제품보다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을 무조건적으로 선호하는 편”이라며 “아이 엄마도 가격대는 비싸지만 크고 작은 상처가 생긴 아이를 위해 구매를 서슴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제품 간 성능‧효능 측면에서 차이점은 없다는 게 한국먼디파마의 설명이다.
한국먼디파마 관계자는 “일반 메디폼과 메디폼 주니어 H와의 성능 차이는 없으나 유명 캐릭터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다보니 제조원가에서 차이를 보인다”며 “두 제품의 제조원가가 40%나 차이를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판매가 책정은 약국 재량이기 때문에 가격 차이를 논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한정판 가격을 일반 제품보다 더 저렴하게 책정한 제약사도 있다.
경남제약은 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에버랜드와 협력을 통해 판다 캐릭터가 그려진 한정판 레모나를 출시했다. 한정판 레모나는 일반 제품보다 28.57% 더 저렴하다.
약국에서 파는 일반 레모나(70포 기준)는 만원부터 1만4000원대의 가격을 형성했으나 한정판 레모나는 만원으로 판매 중이다.
경남제약 관계자는 “지난 해 광고모델 김수현 이미지가 실린 크리스마스 한정판 레모나가 완판되면서 올해 또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게 됐다”며 “한정판 제작에 쓰이는 비용은 전적으로 자사가 부담하는 형식으로 진행하고 있으며 가격 변동을 고려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정판 레모나는 약국이 아닌 드럭스토어‧마트 등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차익으로 매출을 신장하겠다는 목적이 아닌 유통라인을 다각화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