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전경련 활동 및 기부금 중단”구본무 LG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도 탈퇴 의사 밝혀
  • 최순실 게이트의 시발점이 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존폐 기로에 섰다. 가장 많은 돈을 내는 삼성을 비롯해 LG와 SK도 회원 탈퇴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설립 55년만에 정경유착의 연결고리라는 오명 속에 해체 위기를 맞게 된 것.

     

    7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6일 진행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을 것”이이며 “기부금(회비)도 내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의 출연금을 모금한 창구로 활용되면서 정경유착의 연결고리 역할을 했다는 국조 특위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이승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지시로 모금이 이뤄졌고, 청와대가 세세한 부분까지 관여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은 “삼성이 전경련에 기부금 내는 것을 중단하겠다고 지금 약속하라”고 수차례 요구하자, 이재용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이어 “개인적으로 전경련 활동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결국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라는 결정을 내렸다. 삼성 이외에 LG와 SK도 전경련 탈퇴 입장을 밝혔다.

     

    전경련에서 삼성을 비롯한 5대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청문회에서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5대그룹이 회비로 연간 200억원 가량을 낸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6000여개 회원사로부터 연간 400억원의 회비를 걷고 있다. 이 중 삼성, LG, SK가 120억~150억원 가량을 부담했는데, 이 금액이 빠지면 사실상 전경련 운영이 힘들어지게 된다.

     

    향후 현대차, 롯데, CJ, 한화, GS, 한진 등 다른 대기업들도 전경련 탈퇴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전경련을 암울하게 한다. 무엇보다 국내 재계 1위인 삼성의 전경련 탈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기 때문에 전경련이 존속하더라도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 ▲ ⓒ사진공동취재단
    ▲ ⓒ사진공동취재단

     

    전경련은 이재용 부회장의 할아버지인 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1961년 설립을 주도해 만든 단체로, 이병철 회장은 전경련 초대 회장을 지낸 바 있다. 할아버지가 만든 전경련을 손자가 55년만에 스스로 해체하는 셈이다.  

      

    그만큼 이번 최순실 게이트를 통해 이 부회장의 대내외적인 입지 축소와 이미지 실추가 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한편,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전경련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청문회에서 구 회장은 “전경련은 (미국의 민간 싱크탱크) 헤리티지 재단처럼 운영하고, 기업간 친목 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 역할에 대한 의구심이 오래 전부터 제기돼왔다”며 “이번 기회에 새롭게 환골탈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