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과정 체험 위주 교육… 성남·수원 주요도시에 시설 쏠려
  • ▲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직업체험 중인 학생들 ⓒ 연합뉴스
    ▲ 자유학기제를 활용해 직업체험 중인 학생들 ⓒ 연합뉴스



    경기지역 중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자유 학년제' 실시를 앞두고 지역 간 격차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도 교육청은 "추진계획에 따라 2017년부터 중1 과정을 2학기에 걸쳐 '자유 학기'와 '연계 자유 학기'로 편성한 자유 학년제를 전면 시행한다"고 9일 밝혔다.

    자유 학년제는 기존 자유학기제를 확대한 제도로 지필 평가를 폐지하고 현장체험학습 등을 통해 진로 탐색의 기회를 넓히는 것이 목적이다.

    교과 시간을 줄이고 외부 체험학습에 중점을 두는 만큼 양질의 체험시설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지역의 경우 체험학습 시설 확보 수가 각 시·군마다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내 주요 도시인 용인, 성남, 수원시는 2017년 각 2157, 1868, 1468곳의 체험처를 확보했다. 외곽지역인 가평, 연천군의 경우 체험처가 110, 92곳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가평군의 경우 2015년 대비 체험처가 33곳 줄어들기도 했다.

  • ▲ 2016 자유학기제 현장체험 시설 확보 현황 ⓒ 경기도교육청
    ▲ 2016 자유학기제 현장체험 시설 확보 현황 ⓒ 경기도교육청



    연천지역 중학교 교사 L씨는 "서울이나 경기 주요지역의 시설을 이용하기에는 교통편, 시간상의 어려움이 있어 방문이 어려워 관내 시설을 주로 활용하려다 보니 체험 활동의 다양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가평지역 중학교 교사 K씨는 "가평지역은 늦은 시간까지 버스가 없는 곳에 사는 아이들이 있어 먼 곳에서 체험학습을 할 경우 귀가가 어렵다"면서 "체험지역에서 숙박한다면 원활한 체험이 이뤄지겠지만 현실적으론 어렵다"고 말했다.

    교과 시간 감축과 지필 평가 폐지에 따른 학업성취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전국적으로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충분한 검토 없이 전면 도입하는 것은 무리"라며 "자유 학년제의 취지는 동감하지만 지역 간 인프라 격차, 학업성취도 등을 고려한 후 단계적 도입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변인은 앞서 시행된 서울형 자유 학년제 '오디세이학교'의 중간 이탈률, 학업성취도 저하 등의 문제도 함께 지적했다.

    서울교육청에서 운영 중인 오디세이학교는 고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행하며 1년 과정 이수 후 일반 고등학교로 복귀한다.

    2015년 오디세이학교 입학생의 일반고 복귀 후의 성적은 대부분 하위권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26명 중 절반이 넘는 15명의 평균 성적이 4등급 이하(전체 9등급)였으며 그중 7등급 이하의 최하위권 학생은 9명이었다.

    중간 이탈률도 함께 지적됐다. 2015년 오디세이 학교 입학정원 40명 중 11명(28%)이 이수를 포기하거나 자퇴했고 올해 중도 포기 학생은 82명 중 8명이다.

    이희범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사무총장은 "자유 학년제 확대실시로 학업 성취도에 대해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많다"면서 "경기지역의 경우 남북부 지역 간 인프라 격차, 외곽지역 소외 등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고 비판했다.

    이어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입시제도를 바꾸지 않은 채로 정권이 바뀔 때마다 내놓는 실험적 교육정책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며 "현재 입시 정책으로는 어떤 정책을 내놓아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경기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형편을 고려한 자유 학년제 운영을 위해 교육부 강제 지침 등은 없는 상황"이라며 "예산확보, 외곽지역 지원 확대 등을 계속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