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 유통업자에 의존하는 소규모·자영업 식당가 계란값 직격탄 맞아대형마트 "계약 농가 여러곳, 수급 문제 없어"
  • ▲ 영등포역 인근 분식 포장마차. ⓒ김수경 기자
    ▲ 영등포역 인근 분식 포장마차.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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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골 손님에게 서비스로 주던 삶은 달걀 한 알도 이제는 줄 수가 없어요. 분식 장사 10년 넘게 해오면서 이렇게 계란값이 많이 오른건 처음입니다. 이대로 계속 가면 가격을 올릴 수 밖에요."
     

    서울 영등포에서 분식 포장마차를 13년째 운영해오고 있는 김순옥(가명·63세) 씨는 치솟는 달걀 값에 울상을 지었다. 튀김과 떡볶이, 어묵탕, 계란빵 등 이곳에서 하루 동안 사용하는 계란은 3~4판.

    김 씨에 따르면 최근 계란값이 1판 당 1500~2000원이 오르면서 1개에 700원, 2개에 1000원을 받던 계란빵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는 수준이 됐다. 가격이 오른 건 둘째 치고 계란을 안정적으로 공급받는 것 조차 어려워졌다고 말 하는 김 씨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조류인플루엔자(AI)가 확산되면서 달걀 값이 고공행진을 하는 가운데 소규모 식당가의 '계란 한 알' 인심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대형 양계 농가 여러 곳과 계약을 맺은 대형마트나 대형 식자재 업체들은 달걀 수급에 아직까지 큰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지만 자영업자들과 길거리 포장마차는 그야말로 직격탄을 맞은 것. 


  • ▲ 영등포 포장마차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빵. ⓒ김수경 기자
    ▲ 영등포 포장마차에서 판매되고 있는 계란빵. ⓒ김수경 기자


    김 씨 가게 뿐만 아니라 영등포 일대 소규모 식당가의 상황은 대부분 비슷했다.

    라면과 김밥 등을 주로 판매하고 있는 A 분식집 사장은 "하루에 쓰는 계란만 10판 가까이 되는데 가격이 올라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라면과 김밥은 가격을 500원만 올려도 고객들이 부담스러워 하는데 계속 이 가격에 팔면 수지타산이 안맞아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하소연했다. 

    택시기사 최병관 씨(가명·59세)가 수년째 즐겨 찾는 마포의 한 기사식당은 늘 제공하던 계란 프라이 서비스를 더는 주지 않기로 했다.

    최 씨는 "뉴스에서 AI 때문에 계란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긴 했지만 단골 손님한테까지 야박하게 계란 프라이를 안 줄 지는 몰랐다"면서 "고작 달걀 한 알에 너무한 것 같다"고 말했다. 

  • ▲ 이마트 목동점을 찾은 소비자가 계란 코너에서 계란을 둘러보고 있다. ⓒ김수경 기자
    ▲ 이마트 목동점을 찾은 소비자가 계란 코너에서 계란을 둘러보고 있다. ⓒ김수경 기자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계란 값에 시름을 앓고 있는 것과 달리 대형마트는 비교적 수급과 가격 면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상황이었다.

    이마트 목동점에는 평소와 다름없이 계란 진열대에 제품이 가득 차 있었고 가격 변동도 없었다.

    이마트의 한 판매 직원은 "계약된 농가가 수십 곳이 넘고 AI가 발견된 지역이 아닌 곳은 문제가 없는만큼 물량 공급은 원활한 상태"라며 "저녁이 돼도 계란이 완전히 동 나는 일은 아직까지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코스트코와 빅마켓 등 일부 창고형 매장에서는 전국적인 계란 물량 공급 부족으로 인해 1일 최대 구매 수량을 1인 1판으로 한정하는 등 제한하고 있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가격이 오르기 전 미리 사둬야한다는 생각으로 계란을 구입해갔다.


  • ▲ 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 빅마켓 영등포점에서 소비자들이 계란을 구매하고 있다. ⓒ김수경 기자


    코스트코를 찾은 주부 김영옥 씨(가명·63세)는 "뉴스에서 계란값이 오르고 구하기 힘들어진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니까 미리 사두려고 나왔다"면서 "1인당 한 판만 살 수 있다고 해서 남편을 데려와 2판을 샀다"고 말했다.

    코스트코의 한 직원은 "현재까지 계란 수급에 큰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를 대비해 구매 수량을 제한하고 있다"면서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수는 없지만 평소 대비 계란 판매량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 ▲ (위)빅마켓 영등포점과 코스트코 양평점 계란 코너에 붙어있는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김수경 기자
    ▲ (위)빅마켓 영등포점과 코스트코 양평점 계란 코너에 붙어있는 구매 수량 제한 안내문. ⓒ김수경 기자


    유통 업계 관계자는 "대형 유통 업체들은 양계 농가 여러곳과 계약돼 있기 때문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지만 소규모 식당들은 대부분 소매 유통업자에 의존하고 있어 물량과 가격 변동을 크게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최근 AI 확산 기세가 꺽이지 않고 있어 대형마트도 마냥 안심할수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경기도 안성의 야생조류에서 기존 확인된 H5N6형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와 다른 형태의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두 가지 형태의 AI가 국내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오늘 추가 방역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