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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거세게 불던 금융권 여성 임원 바람이 멈췄다.
금융권 첫 여성 수장이었던 권선주 기업은행장은 떠났고, 올해 연말 인사에서 이름을 올린 여성 임원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다만 KB금융과 우리은행은 주요 보직에 여성을 발탁해 여풍 가능성의 불씨를 살려둔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금융권 인사에서 KB금융만이 여성 임원을 등용했다.
KB금융은 지난 28일 박정림 국민은행 여신그룹 부행장을 KB금융지주 자산관리(WM)총괄 부사장으로, 김해경 KB신용정보 부사장을 대표 이사로 승진시켰다.
박정림 KB금융 부사장의 경우 국민은행 내부에서 자산관리의 ‘베테랑’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과거 삼성생명에서 자산관리 분야 경력을 쌓은 뒤 지난 2004년 국민은행에 입행해 시장리스크 부장, 재무보고통제부장, 자산관리 사업본부 전무를 거쳐 지난 2014년부터 은행 리스크관리그룹 부행장직을 맡았다.
2015년에는 KB금융지주의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를 겸임했고 이번 인사를 통해 내년부터는 지주-은행-증권 3사의 WM부문을 총괄해 이끌 예정이다.
은행 내부에서는 박정림 부사장이 WM사업을 총괄할 만한 자격을 충분히 갖췄다고 평가한다.
박 부사장은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VIP를 관리하는 여성 직원들을 잘 아울러 조직을 통솔할 수 있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 고위 임원은 "내년부터 지주-은행-증권 매트릭스 체제로 자산관리를 운영하게 되는데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공감 능력을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 수 있는 적임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금융지주 계열사 중 최초의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발탁된 김해경 KB신용정보 대표이사도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사장 자리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김해경 이사는 한성여고 출신으로 국민은행에 입사한 뒤 청담북지점장, 강동지역본부장, 북부지역본부장을 두루 거친 영업통으로 불린다.
고졸 행원으로 입사한 뒤 점포를 안정적으로 관리한 능력을 인정받아 KB신용정보 부사장에 이어 계열사 사장자리까지 올랐다.
아직 임원인사를 실시하지 않은 우리은행도 본부장급 인사에서는 여성 본부장을 선임했다.
강남 1영업본부에 한미숙 본부장, 강남 2영업본부에 정종숙 본부장을 선임한 것. 은행 출범 이후 처음으로 영업 최고 격전지인 강남권에 영업 1,2위를 다툰 여성 본부장을 배치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실제로 한미숙 본부장은 지점평가지표에서 그룹 내 1위를 다섯 번 달성하고 올해 7월 본부장으로 특별 승진한 케이스다. 정종숙 본부장도 갤러리아팰리스, 남역삼동금융센터 등 강남 쪽 영업통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3년 첫 여성 은행장으로 권선주 행장이 나온 뒤 여성 임원 수가 늘 것으로 기대한 것과 달리 유리천장이 여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성과로 평가받은 여성들이 주요 보직에 배치되고 임원으로 승진하는 사례가 계속 쌓이다보면 분명 여성 임원 규모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