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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김 한국지엠 사장(사진)이 '절반의 성공'을 거두며 취임 첫 해를 마무리했다.
연초 약속한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 계획은 사실상 성공했지만, 판매 목표는 이루지 못했다. 또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판매 호조세를 이끌었지만, 임직원 관리에서는 허점이 보였다. 올 뉴 말리부와 스파크를 제외한 차종의 부진과 수출 감소도 아쉬운 대목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제임스 김 사장은 올 1월 세르지오 호샤 전 사장에 이어 한국지엠을 이어받은지 약 1년이 흘렀다.
취임 직후 제임스 김 사장은 "올해를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 이상을 달성하는 원년으로 삼겠다"며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고했다.
실제로 한국지엠은 올해 캡티바·트랙스·아베오 부분변경을 선보였고 말리부 완전변경, 카마로SS, 볼트(Volt)를 출시했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신차 출시로 자동차 시장을 두드린 한국지엠은 지난 11월까지 전년 동기 대비 15.6% 증가한 16만1962대를 판매했다.
이달 판매가 남은 상황에서 이미 지난해 내수 판매(15만8404대)를 넘어선 것은 물론 2002년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갱신했다. 내수 시장 점유율도 11.29%를 기록 중이다. 이변이 없는 한 제임스 김 사장이 제시한 내수 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연간 내수 판매목표 19만1000대를 채우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한국지엠의 월 최대 판매는 1만8287대다.
제임스 김 사장의 경영전략이 내수 시장에서 빛을 발하는 사이 수출은 내리막을 걸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수출량은 38만922대로 전년 동기 대비 9.4%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올해 한국지엠의 판매 실적은 소폭 하락이 예상된다. 11월 기준 누적 판매는 3.1% 줄어든 54만2884대다.
제임스 김 사장의 친환경차 출시 전략도 아쉬움이 남는다.
올해 한국지엠은 전기차 스파크EV를 단종하고 주행거리연장형전기차 볼트(Volt)와 올 뉴 말리부 하이브리드를 출시, 친환경차 시장 공략을 계획했다.
하지만 볼트는 미국과 달리 전기차가 아닌 플러그인하이브리드로 분류됐고, 올 뉴 말리부는 하이브리드로 인정받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가격 경쟁력을 잃은 볼트는 카쉐어링 업체를 대상으로만 판매하게 됐다. 올 뉴 말리부 하이브리드 역시 지난달까지 총 169대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기업 내 통솔과 노사 문제는 제임스 김 사장의 숙제로 남았다.
제임스 김 사장은 올해 임직원의 비리, 노조 파업, 비정규직 사태 등을 겪어야 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 과정에서 지난 2년간 무분규 기록을 깨고 14차례나 파업을 벌였다.
올 뉴 말리부 신차 효과가 한창인 시기에 파업이 벌어져 판매에 타격이 컸다. 파업이 벌어진 지난 8월 판매량은 1만2773대로 전월 대비 11.05%나 감소했다.
연초에는 한국지엠 노조의 납품 비리와 채용 비리가 연거푸 터졌다. 당시 제임스 김 사장은 전 임직원에게 "어떠한 부적절한 관행이나 부정행위도 용납될 수 없다"며 "직원 개개인의 그릇된 행동이 조직 전체에 부정적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달라"고 주문한 바 있다.
최근에는 채용 비리 근절을 위해 제임스 김 사장이 직접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제임스 김 사장은 "인천지검 수사와 관련한 회사의 방침은 일관적"이라며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 금품을 제공했거나 단순히 이를 전달한 직원들이 자진 신고하면 처벌하지 않는다"고 약속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사태도 제임스 김 사장의 골칫거리다. 창원공장에서는 하청업체 도급계약 해지로 인한 고용승계 여부가 확정되지 않아 비정규직 대량 해고가 가시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