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협상자 USK "전제조건 등 불가항력"… 사실상 '없던 일'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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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화성시에 조성하려는 유니버설 스튜디오가 12일 중대 고비를 맞는다. 사업 우선협상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 컨소시엄과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만나 사업 추진 여부를 최종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USK 컨소시엄은 얽히고설킨 사업 이해관계자 간 조율에 한계가 있다는 태도여서 사실상 사업이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11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수공은 12일 서울 모처에서 USK 컨소시엄과 만나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 등 테마파크 조성사업에 대한 추진 여부를 마지막으로 협의한다.
수공은 애초 지난해 8월 말까지이던 사업협약 기간을 연말까지 연장하며 사업 추진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협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수공은 USK 컨소시엄에 이달 초까지 협약기한 추가 연장 등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수공은 이날 USK 컨소시엄의 입장을 듣고서 이르면 13일, 늦어도 16일이나 17일까지는 사업의 진퇴를 최종적으로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수공과 USK 컨소시엄 모두 사업협약을 지리하게 끄는 것은 시간 낭비라고 보고 있다. 이번에 어떤 식으로든 사업 추진 문제가 교통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업 추진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일단 그동안 협의과정에서 쟁점이 됐던 내용에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공과 USK 컨소시엄은 그동안 △자본금 출자비율 △피해보상 책임 범위 △투자자 의무·권리 등과 관련해 견해차를 보여왔다.
자본금 출자비율의 경우 수공은 중국 국영 최대 여행사인 홍콩중국여행유한공사(CTS)를 비롯해 중국 국영업체의 참여비율을 높인다는 구상이었으나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업비 조달을 위한 금융권의 대출 확약도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이 사업에는 총 5조원 이상이 투입된다. USK 컨소시엄은 1단계 사업비 3조원 중 자본금 8500억원을 제외한 2조1500억원을 금융권에서 조달한다는 계획이다.
KDB산업은행이 사업 타당성을 이유로 선뜻 움직이지 않자 산은 비중을 낮추고 국민연금공단을 새 투자자로 모신다는 대안도 마련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산은 관계자는 "지난해 11월 이후 금융지원에 관한 (산은) 입장은 바뀐 게 없다"고 전했다.
수공 관계자는 국민연금 투자 유치에 대해 "진척된 게 없다"고 말했다.
수공 내부에서도 12일 USK 컨소시엄과의 대화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수공 관계자는 "USK 컨소시엄이 전달할 내용이 긍정적인 거라면 협약기한인 지난달 이미 연락이 오지 않았겠냐"고 귀띔했다.
USK 컨소시엄도 이에 대해 명확한 반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USK 컨소시엄 대표 주관사인 USK프로퍼티홀딩스 황인준 회장은 "컨소시엄 내부의 문제라기보다 각자 엄격한 기준을 가진 한국 정부와 공기업,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 본사(UPR), 투자자가 얽혀있다 보니 사업 추진과정이 더딘 측면이 있고, 민간기업으로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황 회장은 협약 기간 연장에 대해선 "단순 연장의 차원이 아니라 수반되는 전제조건이 있다"며 "불가항력적인 여건 등 복합적인 상황이다. 언제가 됐든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협약 기간 추가 연장을 포기하고 국내외 사업 추진 여건이 무르익을 때까지 휴식기를 갖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수공은 사업협약 기간이 추가로 연장되지 않으면 문제점을 분석한 뒤 재공모나 직접 투자유치 등 사업추진 방향을 재설정할 방침이다.
한편 수공은 경기 화성시에 개발하는 송산그린시티에 2020년까지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한다는 구상이다. 국제테마파크는 화성시 신외동 일대에 4.2㎢ 규모로 조성된다. 한류 문화를 즐길 한류테마센터는 물론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를 세울 계획이다.
수공은 2015년 12월 USK 컨소시엄을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곳에 세계 5번째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개장한다는 밑그림을 발표했다. 미국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라이드 더 무비'(Ride the Movies)를 구호로 첨단 기술과 영화, TV 쇼를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테마파크 브랜드다.
수공은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지난해 6월부터 USK 컨소시엄과 사업협약을 추진해왔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는 2012년에도 사업비 조달 문제로 한 차례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