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공-우선협상자 등 복합적 요인에도, 경영진 책임 직원에 떠넘긴다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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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기 화성에 조성하려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유치가 무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지난달 이뤄진 인사를 두고 뒷말이 나온다.
테마파크 사업단장 전보와 관련해 일은 경영진이 벌여놓고 뒷설거지 책임은 직원에게 지우는 떠넘기기식 좌천·문책 인사를 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13일 수공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께 인사발령이 나 수공 테마파크사업단장을 맡았던 A씨가 강원 횡성원주권관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새 단장에는 사업단 B부장이 왔다.
일각에서는 A부장에 대한 전보가 경영진의 잘못을 떠넘기고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면피성 좌천 인사가 아니냐는 수군거림이 들린다.
수공 한 관계자는 "이번 인사가 부장급 이상이나 간부 입장에서 보면 좀 착잡한 면이 있을 것"이라며 "그나마 경남 거제나 강원 태백보다는 서울에서 접근성이 좋다는 게 위안이다. 주요 보직을 맡다가 승진한 게 아니어서 인사말 건네기도 눈치 보이고 조심스럽다"고 전했다.
이어 "송산그린시티에 들어설 국제테마파크 복합개발사업(국제테마파크사업)이 지지부진한 데 따른 문책성 인사로 보인다"며 "중과부적인 면도 있지만, 사장이 바뀌고 1년여 시간 동안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으니 지방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문제는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가 무산될 위기에 처한 배경에는 사업 우선협상자인 유니버설 스튜디오 코리아(USK) 컨소시엄의 금융 조달 문제와 수공의 부동산 현물 출자 지연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데, 경영진은 뒷짐 진 채 책임을 사업단장에게 전가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것이다.
사업단 한 관계자는 12일 사업협약 기간 재연장 등에 관한 USK 컨소시엄과의 최종 협의 후 수공 입장을 묻는 말에 "당장은 결론을 말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사업단이 전담부서인 건 맞지만, 결정 권한이 단장에게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수공 경영진은 사업단 보고를 받고 다음 주 초쯤 보도자료를 통해 공식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국제테마파크사업은 최계운 전 수공 사장이 2015년 12월 USK 컨소시엄을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하면서 다시 주목을 받았다.
이 사업은 2009년 ㈜롯데자산개발 컨소시엄이 추진하다 외국인투자기업요건 미충족과 계약금 미납 등으로 무산됐었다.
수공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한 이 사업을 재추진하며 경기 화성시 송산그린시티에 2020년까지 4.2㎢ 규모의 국제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한류 문화를 즐기는 한류테마센터는 물론 워터파크, 콘도미니엄, 골프장 등을 갖춘 복합 리조트를 세운다는 계획이다.
화성시는 공교롭게도 최 전 사장의 고향이다.
최 전 사장은 우선 협상대상자를 발표하며 "경기도와 화성시가 출자와 기반시설지원 등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수공도 사업추진의 신뢰확보를 위해 출자 검토는 물론 국책은행에 정책금융 지원을 요청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강조했었다.
최 전 사장은 지난해 5월 임기를 6개월여 남기고 돌연 사퇴했고, 이학수 부사장이 9월부터 바통을 넘겨받았다. 하지만 이 사장이 2014년 9월부터 부사장과 사장 직무대행을 맡았던 만큼 국제테마파크사업 추진과 무관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대선 공약사업 좌초 위기에 대해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면 수공 경영진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수공 홍보실은 "부장급은 통상 2년마다 자리를 옮긴다"며 "이번 인사도 정기 순환 전보 성격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A씨의 경우) 횡성은 전남 장흥이나 임진강건설단보다 수도권 인근이어서 그나마 잘 갔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