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의 성패 좌우할 이재용 부회장 수사에 차질 불가피상대적으로 의혹 약한 SK·롯데·CJ 등 수사 부담 완화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귀가하는 모습.ⓒ공준표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영장 기각 이후 귀가하는 모습.ⓒ공준표 기자

     

    특검이 청구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을 비롯한 재계는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뇌물죄 적용에 있어 상대적으로 도드라졌던 삼성이 특검의 칼날을 막아내면서 SK, 롯데, CJ 등 다음 타깃으로 거론되는 대기업들은 한결 부담을 덜었다. 하지만 이번 특검의 성패를 좌우할 이재용 부회장 수사가 난관에 부딪히면서, 체면을 구긴 특검이 삼성을 비롯한 다른 대기업에 더 강하게 힘을 실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구속영장 기각이 향후 특검 수사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으로 삼성은 물론 향후 특검 수사가 예상되는 대기업들은 일단 큰 고비를 넘겼다는 반응이지만, 더 큰 압박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우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에 삼성은 차분하게 대응했다. 삼성그룹은 “불구속 상태에서 진실을 가릴 수 있게 돼 다행으로 생각한다”고 짧은 입장을 표명했다.

     

    전체적인 재계 분위기는 안도하는 모습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분위기는 한결 나아졌다”며 “여론 때문에 걱정했지만, 법원이 법리대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도 “경제도 어려운데 다행스러운 결과”라며 “법원이 신중하게 잘 판단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부회장 기각 관련해서 특별히 언급할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마냥 좋은 상황이 아니라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체면을 구긴 특검이 이대로 손놓고만 있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가장 공을 들인 이재용 부회장의 수사가 막히면서 더욱 독기와 오기가 생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 특검 수사의 한계를 나타낸 것에 대해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삼성의 경우 불구속 상태에서도 더욱 고삐를 죌 수도 있다는 얘기다.

     

    SK, 롯데, CJ 등 다음 타깃에 대해서도 어떤식으로든 성과를 내기 위해 고강도 수사가 예상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상황이 아직 다 끝난게 아니다”라며 “특검을 자극해서 좋을 것이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기업들 역시 차분하게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에 대해 충분히 소명해왔고, 향후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경우에도 이런 오해를 푸는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검찰이나 청문회에서 소명했던 것 이외에 더 얘기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특검 수사를 받게 되면 법무법인 선임을 통해 성실하게 수사에 임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박영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430억원 뇌물공여와 횡령 혐의로 지난 16일 구속영을 청구했다. 지난 1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특검과 변호인단은 4시간의 공방을 펼쳤고,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판사는 18시간의 고심 끝에 19일 새벽 구속영장을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