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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TPP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에 이어 NAFTA 재협상을 위한 전초전으로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세우기로 했다. 한미 FTA 재협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동시에 한국에 대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 속에서 외교 라인이 제 역할을 못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에 큰 타격이 우려된다.
26일 산업계에 따르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 4단 콤보가 추진되면서 국내 기업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대선 과정에서부터 외쳤던 '미국 우선주의'를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기면서 통상정책의 구도가 새롭게 형성되고 있다.
우선 트럼프는 미국의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24일(현지시각)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멕시코 국경에 3144km 장벽을 건설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멕시코에서 생산된 제품에 35%의 국경세를 부과하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나타낸 것으로 해석된다.
당장 멕시코에 진출한 삼성전자와 LG전자, 기아차 등 국내 기업들의 타격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멕시코에 TV, 냉장고,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있다. 최근에 디스플레이 제품 및 냉장고 생산설비 확충을 위해 각각 8억달러, 1억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TV의 경우 멕시코 공장에서 전량 생산해 공급하고 있어 가격 경쟁력에 비상이 걸렸다.
LG전자도 최근 3000만 달러를 투자해 전기오븐 생산라인을 신설했다. 북미지역에 납품되는 대부분의 TV가 멕시코 공장에서 공급돼 관세 부과 시 피해가 우려된다.삼성전자는 매년 미주지역에서 42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이는 전체 매출의 30%에 달하는 수준이다. LG전자 역시 전체 매출의 36%에 해당하는 20조원을 미주지역에서 끌어내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는 매년 2조 이상의 매출 상승을 보이며 연평균 10%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리미엄 제품 일부를 수출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매출은 멕시코를 비롯한 중국 등 동남아에서 수출한 제품들에서 이뤄진다. 한미 FTA 재협상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큰 피해가 없지만, 멕시코 국경세 35% 부과는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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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기아차가 지난해 5월 가동을 시작한 멕시코공장 역시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기아차는 4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멕시코공장에서 20%는 현지에서, 나머지 80%는 미주 지역을 중심으로 전 세계 80여개 국가에 수출할 예정이었다. 즉, 멕시코에서 생산된 차량의 대부분이 미국에서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
박한우 기아차 사장은 최근 올 뉴 모닝 출시 행사에서 기자와 만나 “멕시코 공장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하지만, 차질이 없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도 크게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환율 변동에 취약한 한국으로서는 수출과 수입 등 무역에 있어 엄청난 악재가 되기 때문이다.
환율조작국 지정은 미국과의 교역에서 이익을 많이 남긴 국가에 대해 불이익을 주기 위한 조치로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200억 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3% 초과 △달러 순매수 규모가 GDP 대비 2% 초과 등에 해당되면 적용된다.
이 가운데 2가지를 충족하면 환율관찰대상국, 3가지 모두를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교역 상대국이 고의로 환율을 조작하는지 면밀히 체크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 6월말 기준으로 1년간 대미 흑자가 302억 달러이고,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는 7.9%로 2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 자칫하면 환율조작국이 될 수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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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하락할 경우 자동차업계 매출은 연간 4200억원 감소한다. 반대로 환율이 상승하면 수출 비중이 큰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이득이 된다.
만약 한미 FTA 재협상이 이뤄지면 그 피해는 엄청나다.
한미 FTA 재협상이 가시화되면 그 피해는 재앙으로까지 표현되고 있다. 현재 자동차의 미국향 수출 관세는 0%다. 미국산 자동차의 수입 관세 역시 무관세다. 지난해 1~11월 자동차 수출 물량 중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6.5%다. 현대차와 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결국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량은 77만5000여대에 이른다. 싼타페, 아반떼, 쏘나타 등 주력 차종이 대거 포진해 있다. 이 가운데 수출이 25만6000여대로, 현지에 있는 앨라바마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51만9000여대에 비해 비중이 작다.
기아차는 지난해 미국에서 K5와 쏘렌토를 중심으로 64만7000여대를 팔았다. 이 가운데 수출은 40만8000여대이고, 현지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해 판매한 물량은 23만9000여대이다. 기아차가 상대적으로 현대차보다 수출 비중이 높아 좀 더 피해가 우려된다.
반덤핑관세에 따른 어려움도 예상된다. 이달 초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중국에서 생산된 한국산 세탁기에 52%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미국의 결정에 중국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통상마찰 심화가 우려된다.
가전 제품 이외에 철강에서도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 9월 미국으로부터 냉연강판에 대해 65%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 받았다. 현대제철은 38%의 조치를 당했다. 포스코는 앞서 지난해 8월 열연강판에 대해서도 61%에 달하는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부과 받았다.
포스코는 미국 수출이 약 90만톤에 이른다. 포스코 전체 판매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미국 자체 수출 경쟁력은 크게 약화될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해 포스코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개시되는 도금·냉연·열연 제품의 연례 재심에서 관세율을 낮추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부가가치가 높은 월드프리미엄(WP) 제품을 바탕으로 판매 확대전략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글로벌 생산 최적화와 대응체제를 준비해온 만큼 당장은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입장이다.
특히 LG전자는 미국 현지에 공장을 만들어 트럼프 칼날을 피해가겠다는 전략이다. LG전자 관계자는 "미국은 비교적 높은 인건비가 걸림돌로 작용하지만 법인세와 관세를 감안할 때 현지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상반기 중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11년부터 반덤핑 제소 등 보호무역주의가 빈번히 일어났다"며 "글로벌 생산 최적화와 국가별 리스크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온 만큼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도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책을 마련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기아차 멕시코 공장의 경우 중남미 중심으로 수출을 추진하는 등 다양한 판매 루트를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현지 투자를 통해 트럼프 정책에 화답하는 제스처도 취했다.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최근 외신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2021년까지 5년간 미국에 3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전체를 포괄하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