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한 서울 강남데시앙포레와 대왕중·수서중·중동중학교 위치.
    ▲ 네이버 지도에서 확인한 서울 강남데시앙포레와 대왕중·수서중·중동중학교 위치.


    학부모들이 집 인근 중학교 배정을 요구하며 반발하자 교육청이 외려 더 먼거리 학교로 학생들을 배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서울시교육청 산하 강남교육지원청은 일원본동 강남데시앙포레, 더샾포레스트에 거주하는 중학교 진학 예정자 29명 중 여학생 14명만 인근 대왕중학교로 배정했다. 나머지 15명은 모두 남학생으로 중동중학교 배정표를 받았다.

    문제는 통학거리와 시간이다.

    데시앙포레 정문에서 학교까지는 교통 혼잡이 적은 평일 낮 시간대를 이용해도 30분 이상이 걸렸다. 마을버스에 이어 일반버스, 또다시 마을버스 등 2차례 환승을 해야 한다. 회차 거리도 길고 출퇴근 시간과 겹칠 경우 족히 1시간 이상이 걸릴 것으로 보였다.

    애초 5~7분쯤 걸리는 아파트 인근 대왕중 배정을 바랐던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과밀을 이유로 수서중 등으로 배치하자 통학시간이 3배 이상 걸리고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는 등 안전우려가 크다며 재배정을 요구하며 반발했었다.

    당시 교육지원청은 최종 중학교 배정표 통지까지 아무것도 알려줄 수 없다면서도 학생 안전 등을 고민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해 학부모들은 한가닥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내심 대왕중 추첨 이나 인근 다른 중학교 배정 가능성을 염두에 뒀다.

    하지만 학부모들은 최종 배정 통지를 받고 더욱 놀랄 수밖에 없었다. 수서중 보다 교통이 더 불편한, 마치 미리 정해놓은 것처럼 남학생 전원이 중동중으로 배정됐기 때문이다.

    강남교육지원청은 8일 "여러 안건 중에 남학생은 중동중으로, 여학생은 대왕중으로 결정했다. (학부모들은) 수서중 통학 시 8차선 도로를 건너야 하고 도보 이동 시 외진 곳에 있다고 했다. 주민이 낸 안건을 상정해 판단한 것이다. 전체적으로 (중동중 통학이) 수월하다고 봤다"고 말했다.

  • ▲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이 데시앙포레 거주 학생 15명의 배정을 확정한 중동중학교. ⓒ뉴데일리경제
    ▲ 서울 강남교육지원청이 데시앙포레 거주 학생 15명의 배정을 확정한 중동중학교. ⓒ뉴데일리경제


    교육지원청은 중학교 학급당 학생 수가 35명으로 정해져 있는데 데시앙포레 거주자 등을 합치면 대왕중은 이를 초과하게 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반면 학부모들은 교육청이 위장전입 단속 등 등한히 해 과밀이 초래되는 부분도 있다며 불만을 누그러 트리지 않고 있다.

    데시앙포레 학부모들은 "서울 강남구 전체 위장전입 적발건수는 46건인데 비해 일원본동·수서동 일대 적발은 한 건도 없다. 개선 의지가 없는 것이다. 많은 인원도 아니다. 1개 반 추가 증설을 요청 했는데 예산 배정이 안 된다며, 시도 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학부모는 "더 먼 곳으로 배정해 놓고 아이들 안전, 교우 관계를 생각했다는 공무원 답변에 기가 막혔다. 학급수 확대, 위장전입 단속, 전입 순서 배정, 전체 추첨제도 안된다는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 아이들에게 소외감을 주고 있다. 이번 중학교 배정으로 여학생들이 남자 애들한테 미안하다고 할 정도다"고 개탄했다.


    중학교 재배정에 대한 신청은 이달 13일까지 진행된다. 하지만 교육지원청은 이미 확정된 사항은 변경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강남교육지원청은 "초등학교는 도보 통학이 원칙이지만 중학교는 아니다. 평균적으로 판단해 (중동중 배정은) 괜찮은 편이다. 학부모 입장에서 안된다는 것이지 법적으로 벗어난 것은 아니다. 거리가 멀다고 해서 재배정하는 경우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중동중 배정이 앞으로 또다른 문제를 발생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학교 부근 아파트 재건축 공사가 진행 중으로 안전 사고 위험이 있고 입주가 시작되면 또다시 과밀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지속적으로 근거리 배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