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기관 "차는 없는데 규정만… 노른자 없는 달걀"
  • ▲ 네이버 자율주행차 시제품.ⓒ연합뉴스
    ▲ 네이버 자율주행차 시제품.ⓒ연합뉴스

    자율주행자동차 개발과 관련해 정부 부처 간 칸막이가 여전히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는 제도 개선에 치중한다면서도 국내 연구기관별 자율주행차 개발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싶어도 어디가 가려운지를 모르는 셈이다.

    ◇네이버 자율주행차 도로 달린다… IT업계 최초

    20일 국토부에 따르면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기술연구개발 별도법인 네이버랩스가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가 실제 도로를 임시 운행하는 것을 허가했다고 20일 밝혔다.

    지난해 2월 시험·연구 목적의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 제도를 도입한 이후 13번째 허가 사례다.

    정보통신기술(ICT) 업체로는 처음이다. 그동안 국내에선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업계와 서울대 등 학계를 중심으로 자율주행 기술 개발이 이뤄져 왔다. 해외에선 구글 등 IT업계가 적극 참여하고 있다.

    국토부는 2020년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를 목표로 제도 개선과 인프라 구축을 추진 중이다. 레벨3은 고속도로 등 정해진 구역 내에서 자율주행이 가능하나 유사시에는 운전자 개입이 필요한 단계를 말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 무인 자율주행을 위한 규정을 개정하고 내년에는 자율주행차 실험도시(케이시티)를 전부 개방할 예정"이라며 "선진국보다 뒤처진 기술을 따라잡기 위해 현장의 애로사항을 수렴해 다각적인 지원책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국토부·산업부, 자율주행차 지원 변죽만 울려

    국내 자율주행차 연구기관들은 국내 개발 환경이 여전히 폐쇄적이라고 지적한다.

    우선 관련 부처 간 칸막이가 자율주행차 개발 현장과 괴리감이 있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익명을 요구한 자율주행차 연구·개발기관 관계자는 "국토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따로 논다"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국토부는 규정만 만들고, 산업부는 부품 개발에만 신경을 쓴다"며 "정작 자율주행차는 만들지 않고 관련 법안만 만지작거린다. 미국은 도로에 자율주행차가 돌아다니는데 우리나라 도로에는 차가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의 경우 임시운행허가를 내준 8개 연구·개발기관의 자율주행차 특성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은 기관별 자율주행차의 차종과 대수 정도에 불과하다.

    국토부 내 자율주행차 주무부서라고 할 수 있는 첨단자동차기술과 관계자는 "(우리 부서는) 임시운행허가에 관한 (표시·고장감지·속도제한장치 등) 안전장치와 운행요건의 충족 여부를 확인할 뿐"이라며 "신청 기관별 자율주행차의 특성 파악은 정해진 업무가 아니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임시운행허가를 받은 업체·대학의 애로사항을 파악해 적극 개선해 나가겠다는 태도다.

    하지만 실상은 국토부 주무부서에서 각 연구기관이 차별화를 시도하는 분야가 무엇인지조차 모르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네이버랩스는 음성 대화 시스템인 '아미카'를 자율주행차에 접목해 목적지나 경로변경을 말로 지시하는 내용을 임시운행 과정에서 시험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기술을 보유한 서울대는 도심형 자율주행차 개발을 목적으로 삼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아직 독자적인 자율주행차 개발에는 나서지 않고 있으나 서울대와 손잡고 5세대(5G) 통신 인프라 구축사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세종청사 내 한 교통담당 공무원은 "일하다 보면 업무편람에 안 나오는 내용도 파악하고 모르면 공부도 해야 한다"며 "주어진 업무가 아니어서 파악할 필요가 없다는 (국토부의) 대답은 엄밀히 말하면 틀린 얘기는 아니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