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만7864가구 예고 '5년내 최대치' 건설사 "일단 기다려보겠다" 시장 분위기 관망


  • "아무래도 시장 분위기가 안 좋으니깐 부담스럽죠. 다른 사업지 분양 결과에 따라 일정을 결정하려고 뜸들이는 것 같습니다." <A건설 관계자>

    이달 건설사들은 역대 최대물량을 쏟아낼 예정이었지만 또 다시 사업을 미루고 있는 모습이다. 다음달 역시 역대 최대치가 예고됐지만 이마저도 확실치 않은 분위기다.

    21일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내달 전국에서 분양을 계획 중인 물량은 총 2만7864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달 2만7543가구 대비 1.2% 증가한 수준이다.

    업계는 설날 연휴가 끝나면서 연기된 사업이 이달부터 속속 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분양성적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준비된 사업은 차일피일 미뤄지는 모양새다.

    A건설 관계자는 "지역 내 첫 분양단지 사업 분위기를 보고 결정하는 것이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이라며 "다른 건설사들도 첫 사업에 대한 부담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달 등장한 단지 청약성적은 암울하다. 청약접수를 받은 10곳(뉴스테이 제외) 중 6개 단지가 2순위 마감에도 실패했다.

    특히 최근 청약과열이 나타난 대구·제주 지역에서도 미달 단지가 나오면서 건설사들은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시 표선 대진유토피아'는 284가구 모집에 단 2명이 청약 접수했다. 대구 역시 '오성 2차'와 '킹스턴파크' 모두 2순위 청약에서도 가구 수를 채우지 못했다.

    B건설 관계자는 "첫 사업이 분위기를 타면 추후 분양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판단한다"면서도 "분양시장 기준점이 되는 강남에서도 분위기가 가라앉고 있어 수도권에서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다음달 계획된 물량 역시 미지수다. 최근 건설사들이 중도금 대출을 담당할 은행을 찾지 못하면서 사업에 부담을 느끼고 있어서다. 실제 최근 LH가 공급한 공공분양조차 대출은행을 찾지 못했다. 은행권이 사실상 중도금 대출 실행을 중단하면서 수요자 부담이 커지고 있는 셈이다. 건설사들도 계약자 '돈 줄'이 막히면서 발생한 분양시장 위축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대형건설사가 공급해 단기간에 100% 계약을 마무리한 단지도 은행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강동구 '고덕 그라시움'은 중도금 1차 납부일이 다음달이지만 대출은행 협의가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A건설 관계자는 "비슷한 입지에 중도금 대출 실행이 안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 예비 청약자들은 거부감을 느낄 것"이라면서 "추후 집단대출 실행이 연기되면 계약 포기 물량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일반적으로 3월 봄 분양시장은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기준점으로 평가한다. 분양시장이 본격 개막하는 시점에 등장한 단지의 흥행 여부가 1년 분위기를 끌고가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상반기에 물량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반기에 접어들면 입주물량 증가와 금리인상 등 분양시장 불안요소가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건설사들도 아직 연초인 만큼 전략적으로 분양사업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며 "봄 분양시장이 흥행 여부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